국내외사례 > 휴가지에서 일 찾기 : 나의 첫 번째 울릉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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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사례

휴가지에서 일 찾기 : 나의 첫 번째 울릉 살이

글: 박주로 사회혁신기업 로모 대표
Prologue
'울릉살이' 프로그램은 울릉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회혁신기업 ’로모(ROMOR)’와 울릉도 컨텐츠를 바탕으로 공간·일·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노마도르’, 이병호 주민과 울릉도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 가 함께 운영하는 지역살이 프로그램입니다.

2018년 ‘울릉살이’ 프로그램을 통해, 11명의 청년이 참여해, 한 달간의 울릉살이를 마음껏 즐기고, 그 중 4명이 정착,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울릉도에 살아본다는 경험을 넘어, 삶으로 이어지기 위한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울릉살이 프로그램 자체도 단기/중기/정착의 3단계 프로그램으로 확장되어 운영됩니다.

울릉살이는 가장 기본적인 목표는 울릉도를 제대로 만끽하는 것입니다. 누군가의 설명에 의존해서, 짧은 기간 스쳐가는 여행지가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울릉도 구석구석을 제대로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각 개인에게 충분한 사유의 시간을 보장합니다.

울릉살이 프로그램은 ‘설명회’를 통해(7월 말), 울릉살이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편안하게 함께 나누는 자리로 시작합니다. 울릉살이 참여자로 확정되면, ‘사전모임’을 가집니다. 최소한의 가이드에 맞춰, 울릉살이를 즐겁게 준비해가는 시간을 가집니다. 울릉도에서는 최소 2주부터 2달까지, 따로 또 같이 기록하는 행위를 이어가고, 내가 무엇을 하고 살 수 있을지, 혹은 나에게 맞는 지역인지 확인하는 시간을 충분히 제공합니다. 섬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목, 떠나기 전 서로의 울릉살이가 어땠는지 함께 나누는 후기모임도 가집니다.

이후에도 울릉살이를 이어가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희망자에 한해 울릉살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도움을 드리며, 나아가 일할거리를 찾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울릉도 프로젝트에 합류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사진 1] 2018년 울릉살이 포스터, 스튜디오 리프(Studio Leaf)
<나의 첫 번째 울릉 살이>는 단순히 함께 떠나는 여행이 아닙니다. 완벽하게 제공되는 체험 프로그램도 아니고, 울릉도에 머물며 기록하는 그 단순한 행위에 집중합니다.
올해 울릉 살이는 공공의 공모사업 혹은 도시재생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울릉도를 사랑하고 지역에서의 정착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주체들이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울릉도에서 진행되는 세부 프로젝트는 다양합니다. 그 중 울릉살이는 작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18년 <나의 첫 번째 울릉 살이>를 기획할 때는, 실제로 울릉도에서 일을 찾아 정착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을 떠나 섬에서의 생활을 시작한다는 것이 그저 낭만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혹시나 누군가가 자신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지역에서의 삶을 선택하거나, 고향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정말 깊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적은 인원으로 인위적인 프로그램을 지양하도록 기획했습니다. 반대로는 지역을 이해하고 체험하고 온전히 스스로 선택하는 과정을 보이지 않게 마련해두었습니다.
[사진 2] 2018년 울릉살이 3차 티저 홍보물, 스튜디오 리프(Studio Leaf)
올해는 작년의 전체 기획에 더하여, 실제로 울릉도에 정착을 시도하고자하는 참여자를 위해 2주부터 2달 혹은 그 이상까지 울릉 살이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7월 중 참여자 모집 홍보가 시작되고 함께 살아갈 앵커시설을 만드는 펀딩도 함께 진행됩니다. 8월편, 9월편, 그리고 겨울편이 내년부터는 상시적으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특히 올해는 휴가기간을 통해 울릉도를 제대로 경험하고픈 많은 분들을 위해 3박 4일의 단기 프로젝트도 8월과 9월에 진행됩니다.
울릉살이를 비롯한 울릉도 프로젝트는 4개의 주체가 함께합니다. 독도와 죽도가 한 번에 보이는 아름다운 마을 정들포 ‘이병호 주민’과 마을기업 ‘정들포에 핀 울릉국화’가, 2018년 울릉 살이에 참여했다가 정착한 멤버들이 만든 ‘노마도르(Nomador)’, 지역의 자생력을 기르고,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혁신기업 ‘로모’, 공간과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공유경제/에너지/문화/F&B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를 기획/전개하는 사회적 기업 ‘더함’이. 함께 구상하고 운영합니다.
[사진 3] 정들포에서 바라 본 죽도의 모습, 스튜디오 리프(Studio Leaf)
울릉도를 온전히 느끼기 위해서는 나에게 닥쳐 올 불편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울릉도에서 살아보고자 도전하는 과정에도 참 변수가 많습니다. 낯선 환경에서 보내는 시간,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하는 시간, 고독에 마주해보는 시간, 그 모든 것들이 힘들고 불편할 수 있습니다.
울릉 살이는 개인이 원하는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실질적인 정착을 위해 지원방법도 마련해두었지만 모든 프로그램의 참여를 강제하거나 강요하지 않습니다.
울릉에 나를 비춰보며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내가 원하는 도구로 내가 만나고 겪는 나, 내가 머무르는 장소, 그 모든 것을 솔직하게 기록해보는 것. 그것이 <나의 첫 번째 울릉 살이>가 당신에게 제안하는 유일한 것이자 모든 것입니다.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울릉이라는 섬이 가진 원시성에 집중하다보면 그 어떤 곳에서보다 자연스러운 나와 더 가깝게 마주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사진 4] 울릉살이 두 번째 숙소가 위치했던 현포마을, 스튜디오 리프(Studio Leaf)
참가자에게 제안하는 네 가지 약속
하나, 자기중심적일 것
- 타인의 경험에 의존하기보다 나만의 욕망에 기준해서 자기중심적인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을 쫓아다니지 않는 각자가 주인공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둘, 간섭하지 않고 관계할 것
- 서로가 각자의 욕망에 집중하되 함께 연대하면 좋겠습니다. 함께 하면서도 온전히 혼자일 수 있도록, 개인 간 안전거리를 존중하면 좋겠습니다.
셋, 기대와 환상을 갖지 않을 것
- '어디까지 가봤니?'라는 질문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비가 오면 오는대로, 날이 더우면 더운 대로, 내가 보내는 시간에 정직하고, 내가 머무르는 공간에 충실하면 어떨까요?
넷, 솔직하게 기록할 것
- 기록은 내가 내 행위를 존중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뛰어나게 잘 기록할 이유도 없고 인정받아야할 필요도 없이 그저 내가 마주한 세계를 생생하게 겪어가며 솔직하게 기록하면 좋겠어요.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내가 만나고 겪는 나, 내가 머무르는 공간, 그 모든 것을 기록했으면 합니다.
[사진 5] 울릉살이 멤버들이 매일 바라보던 석양과 코끼리 바위, 스튜디오 리프(Studio Leaf)
섬에서의 시간을 정리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길목, 떠나기 전 서로의 울릉 살이가 어땠는지 함께 나누는 시간이 돌아왔을 때 이후에도 울릉 살이를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생각해봅니다.
그것은 아마도 울릉도라는 한 지역에서 나에게 더 집중하고, 마주했던 시간을 통해 온전히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순간순간 비슷한 고민들을 함께했던 멤버들과의 소중한 추억과 기대감도 한 몫 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 여름 그리고 가을, 겨울
자연스러운 나를 마주하러 찾아오세요. 울릉도에서 만나요.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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