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3 > 길 위에서 놀다 배우다 연대하다
로드스꼴라의 여행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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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3

길 위에서 놀다 배우다 연대하다
로드스꼴라의 여행이야기

글: 신효주 로드스꼴라 담임교사
1. 이곳이 학교다
길 위의 여행학교 로드스꼴라에게는 모든 곳이 학교다. 여행대안학교 로드스꼴라의 청소년들은 길 떠나는 별, ‘떠별’이라는 이름으로 여행하고 배운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낯선 문화와 조우하고 익숙한 자리를 바라보는 것.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이곳의 이야기를 저곳으로 전달하는 것. 그 과정에서 타인과 공감하며 세계 시민으로서 나의 자리를 찾아내는 것. 이것이 로드스꼴라 청소년들이 2년 동안 몸에 익히는 것이다.
 
2. 여행의 시작은 몸만들기부터
로드스꼴라의 여행은 ‘여행자의 몸만들기’로 시작한다. 일주일간 한 곳에 머무르며 여행자의 몸을 만든다.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겨야 비로소 길 떠날 수 있는 근육이 다져진다고 로드스꼴라는 믿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러 명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신발을 정리하지 않는다면 금세 어지러워질 것이다. 여러 명이 함께 쓰는 샤워실에서 내 머리카락을 치우지 않는다면 하수구는 금방 막힐 것이다. 신발 정리하기, 이불개기, 샤워한 후 하수구에 쌓인 내 머리카락 훔치기, 젖은 슬리퍼는 물 빠지게 세워놓기, 빨래하기처럼 기본적이지만 일상에서는 누군가 해주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여행자의 몸만들기’여행에서는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나의 생활습관이 다른 사람의 불편함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여행에서는 필요하다.
<그림 1> 국내 키즈 산업 규모 추이

이미지 출처:집필자 촬영

내 뒤치닥거리를 스스로하고 머무를 때는 살뜰하게 공간을 살피는 것. 떠날 때에는 머물렀던 흔적없이 말끔하게 떠나는 것.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한 끼 맛있는 밥상을 차려보고 내가 먹는 이 음식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헤아려보는 것. 사소하지만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이 모든 것들을 일주일간 반복해서 훈련한다. 매 끼니마다 다함께 읖조리는 ‘콩내반내지내’가 떠별들의 몸과 마음에 들어 올 때, 나의 일상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내 뒤치닥거리를 스스로 하는 여행자가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떠난다.
3.마을을 만나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내외 국내의 마을을 여행한다. 매번 주제는 다르지만 방식은 비슷하다. 한 지역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 지역에 쌓인 역사와 문화적 지형도를 읽어 내고 그걸 일구어 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주된 목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떠별들은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고 강의를 듣는다. 지역을 이해하기 위한 공부를 한 후에 현장으로 떠난다. 금강을 낀 여러 마을에서는 동학을, 밀양에서는 잊혀진 독립운동의 이야기를, 제주에서는 4.3을, 지리산에서는 해방 전후의 역사를, 태백에서는 탄광역사와 광부의 이야기를 들었다. 지역의 전문가와 동행하여 현장답사를 하기도 하고 마을 노인정에서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개인의 삶이 어떻게 역사와 맞물리는지 마주하게 되었을 때 떠별들은 역사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현재와 엮어내는 힘을 얻는다.

이미지 출처:집필자 촬영

마을에 머물다보면 마을사람들과 자연스레 이웃이 된다. 김치와 쌀을 아낌없이 나누어주는 사람들과 지내며 우정과 환대를 배운다. 떠별들에게도 마음의 고향이 생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임을 알아차리게 되면 타인을 환대할 수 있는 마음자리도 넓어진다.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마을 지도를 읽는 훈련을 통해 떠별들은 지역에 접근하고 소통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또한 함께 먹고 자고 작업하며, 사소하다고 생각되지만 오히려 관계를 좌우하는 주요한 갈등을 들여다보고 해결하는 방식도 배우게 된다. 우정과 신뢰, 여행자로서 올바른 품성을 갖추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임을, 세계시민이 되기 위한 자질임을 몸으로 학습한다.
4. 길 위에서 역사를 만나다
국내를 여행한 후 떠별들은 여행의 주제에 맞게 다른 나라로 여행한다. 디아스포라는 로드스꼴라의 오랜 주제이다. 삼국시대, 신라에게 패한 백제의 유민들이 대거 이주한 일본을 비롯하여 1860년대 기근과 압제를 피해 떠난 고려인들이 개척한 극동의 시린 땅 연해주 그리고 대한제국의 첫 공식이민지였던 하와이, 일제강점기의 만주 등 로드스꼴라는 여러 지역에서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조각들을 맞추어갔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운명을 뛰어넘는 인간들이 만들어 내는 낯선 세계를 만나게 된다. 한반도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 그 안의 개인이 종횡으로 연결되는 지점에서 나의 자리를 묻고 역사를 이해한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디아스포라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어떻게 그들과 이웃하며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 보기도 한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전쟁을 공부했다. 전쟁 피해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을 공감하고 위로하며 옆에 섰다. 세계를 뒤흔들었던 이 전쟁이 멀리 한반도에서는 어떻게 읽히고 있는지, 같은 전쟁을 바라보는 여러 가지 다른 시선에 대해서도 들여다보았다. 평화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되는 여행이었다.

이미지 출처:집필자 촬영

5. 동시대와 만나다

여행에서의 만남과 이해를 통해 우리는 타문화에 대한 존중을 몸에 익히고 다문화를 수용하는 감수성을 기른다. 로드스꼴라는 여행을 통해 동시대를 함께 살아갈 세계의 이웃들과 어떻게 교류하고 소통할 것인지 질문한다. 이 여행에서는 민주주의, 페미니즘, 동물권, 시민교육, 이주민과 다문화, 복지, 공정무역, 탈핵, 난민 등 다양한 키워드가 주제가 된다.

핀란드에서는 여러 시민단체와 연구소에 방문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을까. 모두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힌트를 얻는 여행이었다. 독일에서는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여행했다. 독일의 환경정책은 어떻게 꾸려지고 있는지 듣고 시민의 일상적 실천에 대한 고민도 함께 나누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에서는 다양한 협동조합을 탐방했다. 거대한 기업이 운영하는 마트에 가지 않아도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있는 작은 협동조합마트가 볼로냐 곳곳에 있다. 농부들은 불공정한 기존의 유통방식을 따르는 대신 농민과 소비자 모두를 위한 새로운 유통방식을 만들었다. 예술가도, 노동자도, 장애인도, 편의시설이 부족한 오지마을의 사람들도 협동조합의 틀을 이용해 공정하면서도 필요한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있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무엇이든 창조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볼로냐의 다양한 협동조합을 만나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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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다보면 종종 세상의 빈곤과 불평등, 불의를 목격하게 된다. 내가 마시는 한 잔의 커피가 어디에서 왔는지, 내가 차던 축구공을 만든 사람은 누구인지 묻게 되는 순간 일상에서도 평화로운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방식을 모색하게 된다. 여행을 통해 우리는 ‘다른’사람들 속으로 관계를 확장해가는 법을 배우고, 인간과 인간 아닌 것 사이의 공존을 꿈꾸며 때로 누군가들은 불합리하고 근거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새로운, 비전을 만든다.
6. 다시 나의 자리에서
여행을 가지 않을 때에는 작업자가 된다. 지금까지의 여행을 정리하고 배운 것들을 잘 버무려 자기 작업을 하는 시간이다. 글을 쓰는 떠별은 책을 만들어 출판까지 경험해보기도 하고 노래를 만드는 떠별은 음반을 제작하고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총정리하고 스스로 만든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여행을 기획해 진행한 떠별도 있다. 여행에서 만난 이야기를 엮어 연극이나 뮤지컬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는 것은 떠별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업 중 하나이다. 그곳의 이야기를 이곳으로 가져와 펼치는 스토리텔러가 되어 영상, 음악, 연극, 글쓰기, 그림, 춤 등 창의적인 방식으로 이야기장을 연다. 과정은 치열하지만 스스로 기획하고 운용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작업자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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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이곳이 학교다
일 년을 매일같이 여행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을 떠나지 않을 때에는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다. 한 학기에 한번, 한 달 남짓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에는 여행을 정리하기 위한 작업을 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여행을 가기 전에도, 다녀온 후에도 여행의 힘이 일상에서 지속된다.

천년도 더 된 경주의 왕릉 앞에서 맨발로 왈츠를 출 수 있는 사람. 시린 바이칼호수에 몸을 던져 수영하는 사람. 블라디보스톡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그 옛날 강제이주를 당했던 고려인들의 꿈을 헤아려볼 수 있는 사람. 커피를 마실 때마다 베트남 중부의 커피농장에서 만난 뜩아저씨를 생각하는 사람. 로드스꼴라의 떠별들은 이런 사람들이다.

이미지 출처:집필자 촬영

여행을 통해 우리는 세상에 귀를 여는 법을 배우고 삶을 다르게 사는 법을 발견하고, 누구와 연대하며 세상을 살아가야 할지 알게 된다. 어디를 여행하든, 여행은 인류가 쌓아온 지혜를 배우고 다양한 문화와 접속할 수 있는 훌륭한 학교다.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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