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그 14년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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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포커스

서울와우북페스티벌, 그 14년을 돌아보다

글: 이채관 (사)와우책문화예술센터 대표

1. 축제의 시작

아주 오래된 매체로서, 오래된 미래를 간직하고 있는 지혜의 그릇으로서의 책이 권력과 권위의 상징이자, 문화적 엄숙주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매체로 이해되고 읽히기 시작했다. 어둡고 칸막이 쳐진 밀실에서 엄숙하게 읽혀지던 책의 지혜가 다른 방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어 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책을 매개로 사회와 관계 그리고 생각의 차이들을 좀 더 열린 광장에서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시작이었다. 책이 지닌 문화상품적인 속성을 보다 문화적인 방법으로 해석하고, 관계의 중심에 둠으로서 책의 사회·문화·정치적 확장성을 극대화하는 것. 이것이 책 축제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목적이었다.

지역, 지역성 그리고 힘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지역의 자원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홍대앞은 음악과 미술이 주류적 문화적 자산으로 인식되지만, 홍대 앞 문화자원으로서의 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마포구에는 5300여개의 등록 출판사가 있고, 디자이너, 저자, 편집자, 일러스터레이터 등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도시 풍경이 존재 하고 있었다. 홍대 앞 문화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출판문화는 문화적 다양성의 보고이며, 생각의 힘을 키워가는 용광로였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책을 만드는 사람들과 문화적 공간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가고 있었던 생각의 다양성들이 함께 만들어 가고 있었던 홍대앞 도시문화의 힘이 책 축제를 가능하게 했다.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지역의 자생적?문화적 자원이 축제를 가능하게 했다.

책의 사회·문화적 확장성

책은 문화상품(Cultural Commodities)이다. 사람들에 의해 생산되고 팔리는 책이라는 상품은 다른 상품과 달리 무한한 해석과 확장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이 가능하며, 이러한 특성은 생각의 다양성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힘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지탱하는 바탕이 된다. 책이 지닌 서사의 힘은 다른 문화예술 장르로의 확산이 용이하다. 연극과 영화 그리고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문화상품들을 만들기 위한 시작은 항상 책이다. 그것이 대본, 시나리오 등의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책이 지닌 서사적 힘과 상상력에 기대어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시나리오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책이 지닌 가능성을 사회·문화적으로 확장해보려는 시도가 축제의 시작이었다.

뿐만 아니라, 책은 삶의 양식들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새로운 사회를 위한 가치 지향들을 보여주는 중요한 매체이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상상하던 그 시작은 책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운 삶의 가능성은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성찰의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은 책이 지닌 무게와 깊이, 그리고 긴 호흡에서 지속된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책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성찰적 사유의 방식에 대해 고민할 뿐 아니라 새로운 삶의 모습을 상상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지역의 자원에 기반하여, 책이 지닌 사회·문화적 확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며 우리가 살고 있고 또 살아가야할 모습을 책을 매개로 살피는 활동으로 시작되었다.

14년 우리는 무엇을 해 왔는가?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홍대 앞 주차장 거리 일대와 갤러리, 공연장,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서 열리고 있는 대표적 도시 축제의 모델을 가지고 있다. 지역의 출판자산과 문화자산이 함께 만들어 가는 책문화예술축제를 표방하고 있다. 책의 가능성들이 다양한 문화예술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책을 매개로 한 문화예술 창작들을 적극적으로 돕고 책이 지닌 이야기의 힘을 예술적으로 변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뿐만 아니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좀 더 진지하게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차분한 논의가 가능한 축제로 만들어 가고 있다. 책이 사유의 매개라면 축제는 표현의 장이라 할 수 있다. 놀이와 문화예술 그리고 사유와 성찰이라는 이질적인 두 요소가 만나 새로운 형식의 책 축제를 구성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책 축제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어떤 성과와 한계를 지니고 있을까? 가장 먼저, 우리는 축제를 통해 책문화가 홍대 앞의 거대한 문화적 자산임을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미 존재해 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출판이라는 문화적 자산이 축제를 통해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문화로 만들어 가는 계기를 제공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책이 지닌 문화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문화상품의 한계를 넘어 다양하게 변주되고 해석되는 문화적 다양성의 힘으로 인식되는 문화적 자산으로서의 책과 책문화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활동이었다.

사진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 서울와우북페스티벌 2018

우리는 책을 매개로 우리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책이 가지는 보수적 매체로서의 속성을 축제를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참여 가능한 즐거움이 존재하는 매체로서의 유쾌함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책과 축제라는 다소 이질적인 두 요소들이 축제를 계기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책문화를 소개하는 활동이었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활동은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만나고 즐기는 책축제의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제안했다. 이러한 사례가 이제 사회적 현상처럼 무수하게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책 축제라는 새로운 상상이 불가능했던 시대에 홍대 앞 출판자산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은 책을 통한 즐거운 상상이 얼마든지 가능하고 모든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소재가 될 수 있는 모델을 보여 주었으며, 작은 마을, 도서관 그리고 소규모 모임들에서 이러한 축제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은 제안된 하나의 축제가 보다 광범위하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사례가 현상이 되고 누구나 상상 가능한 일이 되는 기회를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제공해 왔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항상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책을 통한 사회적 의제 제안이다. 책이 가진 가장 중요한 힘 중 하나는 우리의 삶의 양식을 바꾸어 낼 수 있는 '의제'들을 제안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책 축제 역시 책이 담고 있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의미 있는 주제들을 던지고, 이것이 사회적 의제로 자리 잡도록 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작년의 주제는 '다음에 오는 것들'이었다. 격변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시민의 힘으로 상징되는 촛불혁명, 그 다음에 오는 것들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하고 있는가를 고민해 보는 시간을 축제에서 가졌다. 올해의 주제는 '취향의 시대'였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현재의 문화적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할까? 한편으로 작지만 다양한, 그리고 개인에게 적합하고 소중한 행복 추구의 방식이 전체주의적이고 집단적인 문화적 취향에 다양성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미래에 대한 꿈이 좌절된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찾아가는 행복의 소극적 방식이 아닐까 하는 고민을 나누어 보는 시간을 준비했었다. 좌절된 욕망과 꿈이 드러나는 한 방식으로서의 '소확행' 현상. 각 개인들의 욕망이 넘실대고 이루어질 수 있는 사회적 조건들을 탐색해 보고, 보다 인간적인 행복의 조건들을 탐색해 보는 시간을 가지려 했다. 책을 통한 사회적 의제의 제안은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책을 매개로 사회적 의제를 던지고 나누며, 함께 살아갈 미래에 대한 상상을 도모하는 것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다.

우리는 출판문화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한다. 몇 년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백인백책' 사업은 소규모 1인 출판사들이 겪고 있는 홍보력과 영업력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1인 출판사 저자들을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활동이다. 오프라인에서 강의의 기회를 제공하고, 어렵게 만든 한권 한권의 책이 대중으로부터 잊히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1인 출판사 한곳 한곳이 아직 도서목록을 만들 힘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1인출판사들의 통합 도서목록을 만들어 전국의 도서관과 주요서점에 배포하고 사서들이나 서점에서 보다 쉽게 일인 출판사들의 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책의 가장 큰 힘 중 하나는 생각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1인 출판사는 생각의 다양성을 만들어 가는 핵심적 주체이다.

사진출처: ILS 홈페이지

한편으로는 국제교류를 통해 한국의 책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한영 수교 100주년을 맞아 문학도시라고 일컬어지는 영국의 노르위치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문학 쇼케이스(International Literature Showcase)에 참여하여 세계의 축제 기획자들을 만나고, 한국의 출판자산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해 왔으며, 한국과 영국의 작가와 예술가들이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을 제공해 왔다. 책과 예술장르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 형식을 실험하기도 한다. 한영 상호교류의 해에 진행한 웹툰·그래픽노블 교류전 'Storytelling City', 시·예술 콜라보 프로젝트 'Beyond Words' 등이 그것이다.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의 국제교류는 일본, 프랑스, 영국, 스웨덴 등 매년 국가를 달리해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교류함으로서 동시대적 감수성을 나누고 우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국제교류 사업의 목적이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부분은 문화 소외지역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다. 축제를 매개로 문화 소외지역에 있는 도서관에 보낼 책을 모으고 이를 나누는 프로젝트인 '사랑의 책꽂이', 책을 접하고 쓰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읽기와 글쓰기를 가르치는 '창의인문예술교실', 책을 읽는 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해 배영환 작가와 함께 책방을 만들어주었던 '내일을 여는 책방' 등은 직간접적으로 축제의 공공적 역할을 하기 위함이다.

책을 매개로 사회적 이슈를 해석하고 제안할 뿐만 아니라, 출판과 문화예술 활동을 결합해 새로운 형식들을 적극적으로 실험하고 축제의 공공성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활동이 축제이다. 일상적 삶의 고민과 생각들이 하나의 계기로 응축되어 보여지고,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여지를 제안하는 것이 축제이다. 따라서 기억을 구성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그 며칠이 곧, 축제이다.

3. 무엇을 할 것인가?

우리는 책 축제를 통해 도시의 문화를 바꾸어 보려고 노력한다. 비록 바꾸지 못하더라도 도심 속에서 다른 경험들을 시민들에게 제공해 주려한다.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의 모습 속에서 소비하는 소극적 주체로 존재하거나, 소비 공간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획일화?표준화에 저항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사고한다. 이런 맥락에서 책은 도시 문화를 바꾸어 낼 수 있는 최적의 매체이다. 책이 만들어 가는 생각의 다양성, 그들이 살피는 삶의 진지함, 우리가 살아가야할 미래에 대한 적극적 생각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문화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 믿는다. 책을 매개로 서로의 생각들을 살피고, 내가 가진 생각의 힘을 나누고 그 힘이 우리의 삶을 살피는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추구하는 지향이다. 표준화된 도시의 일상에 축제는 어떤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사진출처: 대한민국 구석구석 > 서울와우북페스티벌 2018

우리는 책 축제를 통해 책문화의 확장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 보다 많은 책들이 출판사들에 의해 만들어 지고, 좋은 책들이 대중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지지 않도록 돕고 책과 문화예술이 만나 새로운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1인 출판, 독립출판을 도와 보다 건강한 출판 생태계가 만들어 지도록 돕고, 책의 생태계가 생각의 생태계이며 사회적 생태계라는 믿음을 가지고 보다 좋은 책들이 다양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을 접하기 힘든 곳에 책을 보내주고 누구도 책읽기의 즐거움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돕는다. 책을 매개로 한 관계의 공동체, 우정의 공동체가 만들어 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책을 통해 서로 돕는 의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려고 노력한다.

축제는 비일상적 방식으로 서로 만나 미래를 도모하는 힘을 만들어 가는 '일탈'의 과정이다. 보다 많은 사람이 책을 매개로 공간을 만들고, 생각을 만들고, 도시를 만들어 가는 방식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는 것. 우리 삶의 변화를 위한 계기가 제공되는 곳. 생각하는 힘이 즐거움의 과정이라는 것을 공유하는 것. 그것이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을 지속하는 이유이고, 해야 할 일이다.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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