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2 > 삶 속의 인문: 생활인문 웹사이트 인문360도.kr!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달의 이슈2

삶 속의 인문: 생활인문 웹사이트 인문360도.kr!

글: 김상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개발부 과장
"가루처럼 사라졌으면 좋겠어."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한창 고생 중인 동생이 말했다. 세상은 너무 치열해서 나 하나 따위가 힘든 건 관심 가져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때가 떠올랐다. 매일 밤, 몸을 웅크리고 누우면 터널 속에 있는 것 같았다. 저 멀리 터널 밖으로 희망의 빛이 곧 닿을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리 걸어도 어둠은 끝없었다. 등지고 들어왔던 빛마저 보이지 않는 한가운데서, 이 기분을 아무도 몰라주고 어디든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라져버리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양다은, 인문360도 독자 에세이 <세상 속 '나'를 찾습니다: 사라짐을 말하는 심정> 中

지방에서 자란 나는 언제나 서울을 동경했다. 그리고 또다시 어딘가 늘 멀리 있는 더 나은 곳을 찾아다녔다. 일도 마찬가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앞만 보며 달렸지, 내가 가장 나답고,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소리를 듣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런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도 생각과 행동을 온전히 '나답게'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가치에서 자유롭지 못해 갈등하거나 어느 순간 사회적 기준에 못 미치는 자신에 열등감에 빠지기도 한다.

왜 이렇게 스스로를 억압하는 온갖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사회적 기준에서 멀어지기를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일까? 그동안 우리는 개인의 인권이나 개성까지 신경 써주지 않는 사회에서 살았던 것이 아닐까. 물질적 성장과 경쟁의 구도 속에서 학문도, 일도, 가정생활도, 심지어 살아가는 동네나 결혼도 모두 우월한(?) 한 곳만 향하는 가운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외감을 느끼며, 우울과 방황, 분노까지 경험한다.

OECD 국가 중 국민 삶의 만족도 최하위 등 가시적 지표 속에 국가도 국민의 정신적 면까지 신경 쓰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영국에서는 체육 및 시민사회 문화장관을 '외로움 담당 장관'으로, 최근에는 건강 장관을 '자살 예방 장관'으로 겸직 임명한 점도 비슷한 맥락일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정책 과제화 하고, '인문'을 통해 시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 웹사이트 인문360°(인문360도.kr)는 다양한 삶의 가치와 너무 일상적이라 놓치는 소중한 시간, 공간, 만남의 경험을 웹 콘텐츠의 형태로 제공한다.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한 번 비틀어도 보고, 다양한 가치를 포용하는 가운데, 자기성찰과 정신적 윤택함을 누릴 수 있는 '생활인문(삶 속의 인문)' 저변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2016.2.3. 제정)이 발의되면서 2015년 12월 오픈한 인문360°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운영하며 이제 만 3년을 앞두고 있다. 2018년 10월까지 연간 18만 1796명이 방문하니 하루 약 600여명의 독자가 인문360° 사이트에 들어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매일 4500여명이 콘텐츠를 접한다고 볼 수 있다. 인문360°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화면은 <테마갤러리>이다. 매월 두 개 내외의 테마로 <칼럼>, <에세이>, <인터뷰>, <웹툰> 등 인문360° 내부 콘텐츠와 외부의 인문정보(미디어, 공간, 단체, 행사 등)를 큐레이션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이 코너는 테마별 자료 제공을 통해 바쁜 일상에서도 잠시나마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양한 시선에서 조망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노인, 제주4·3, 관계, 생태계, 과학기술과 인간, 남북관계, 휴가, 한글, 일과 삶, 변화, 갈등, 연애, 더위, 고독, 잠, 사라짐, 유토피아 등이 테마로 다뤄졌다.

사진1 테마갤러리 일부(테마: 제주4.3)

출처: 인문360도.kr

테마갤러리의 주요 콘텐츠인 전문가 <칼럼>과 시민 투고 <에세이>의 월 주제는 다양한 분야 필진(문학, 역사, 철학, 예술, 음식, 여행, 과학 등)의 의견을 모아, 지금 이 시점, 우리가 이야기 나누고 싶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으로 정한다. 올해에는 변화, 갈등, 연애, 더위, 고독, 잠, 사라짐, 유토피아 등 계절적, 사회적으로 시의적절하고,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주제가 제시되었다.

매체별로 선호하는 코너는 다르다. 영상과 이미지 중심으로 소비되는 페이스북에서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과 <웹툰>이 인기 있고, 네이버 포스트에서는 <인문유랑>, <인문지도>, <인문쟁이 탐구생활> 등 지역인문 콘텐츠에 대한 조회가 월등히 많다. 웹사이트 방문자들은 <칼럼>, <골목콘서트>, <인터뷰> 등을 주로 찾는다.

초기에는 전문가 <칼럼>과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이 주요 콘텐츠였으나, 여전히 중앙, 전문가, 도시, 웹 접근성이 높은 세대 중심의 운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올해부터는 콘텐츠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시민참여와 지역성, 일상성 등 생활인문의 철학을 담은 운영 방식을 지향하며, 시민참여 <에세이>, 지역과 다양한 세대, 계층의 가치를 보여주는 <인문유랑> 코너를 신설하고, 인문쟁이 기자단의 <탐구생활>을 강화하였다. 당초 지역인문 콘텐츠인 인문쟁이 <탐구생활>은 지역통신원의 지역소식 전달 수준으로 여겨졌으나, 포털 사이트나 SNS를 통해 전문가 칼럼 못지않게 많이 조회되고 공유되어 많은 독자들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와 이에 대한 성찰에 목말라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문유랑>과 <인문지도>도 같은 맥락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콘텐츠이다.

사진2 <인문유랑> "아기구덕 하르방 마씸,
죽세공 오영희 할아버지 편"

출처: 인문360도.kr

특히, <인문유랑>은 부제(사람의 발견)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 곳곳의 다양한 환경과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어, 삶에 관한 성찰과 다양한 가치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가급적 현지에 거주하는 취재진의 시각(한국지역문화잡지출판연대, 지역신문, 한살림 매거진 등 지역 저널리스트 협력)으로, 일률적인 가치를 벗어나 나의 길, 나의 생각을 만들어가고, 지켜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사람의 멋, 삶의 맛'을 느끼고자 하였다. (그래서 사진과 영상이 중요하다.) 당초 굳이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다루려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연륜이 그 멋과 맛을 더해주어 결과적으로 어르신들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다. 인문360°의 독자층이 주로 20~30대인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의 윗세대에 대한 이해를 돕고, 웹 콘텐츠의 세대 다양성을 확장하는 역할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인문쟁이 기자단이 취재한 우리동네 인문현장 <탐구생활>은 전국의 인문관련 공간, 모임과 활동을 소개하는 대표적인 지역 콘텐츠이다. 인문쟁이는 주로 20~30대 청년들이지만, 중년, 60대 은퇴자까지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의 토박이로, 지역민의 관심어린 시선으로 지역 곳곳을 소개하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자신을 성찰하고, 성장하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다음은 서두의 <에세이>를 쓴 인문쟁이 출신 양다은씨의 인문쟁이 활동 후기이다.

...우연히 인문360° 사이트를 들어갔다가 인문쟁이에 지원했고 매달 정기적으로 글을 쓰게 되었다. 글의 형태를 써본 건, 전공 과제 이후에 지겹도록 작성한 자기소개서뿐이었다. 자신이 없었다. 내가 쓴 글을 누군가 본다는 사실이 쑥스러웠고, 쓰인 글은 한 없이 부족해보였다. (중략)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고 때론 더 현실적이었다.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졌구나 생각이 들 땐 위로가 되었고, 어떻게 살고자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땐 자극을 받았다... - 양다은, <문장으로 엮은 시간: 인문쟁이 경험담> 中

지역의 지도 만들기는 이미 많은 곳에서 하고 있다. 하지만 인문360° <인문지도>는 한 지역의 책방주인이 그를 둘러싼 동네의 다양한 인문적 공간과 그 속에서 관계 맺으며 지내는 사람들을 소개하는 독특한 콘텐츠이다. 2017년과 2018년, '지역'과 '사람'의 인문 키워드를 품고, 두 차례에 걸쳐 서울을 제외한 12개 지역의 <인문지도>가 제작·배포되었다.

사진3 <인문유랑> 인문지도

출처: 인문360도.kr

인문360°의 유일한 행사 콘텐츠인 <인문예술콘서트 오늘>과 <골목콘서트>는 닮은 듯 다르다. 사이트의 초기 대표 콘텐츠인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오늘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 나누고 싶은' 연사를 초청, 그들 삶의 철학과 인문적 사회를 위한 변화의 메시지를 공유한다. 지난 3년 간 매월 진행된 콘서트 오늘에는 작고하신 황병기 선생님을 시작으로 박찬일 셰프, 플러스사이즈 모델 김지양 편집장, 김동식 작가, 텀블벅 염재승 대표까지 50여명의 인사들이 참여하였다.

사진4 <인문예술콘서트 오늘> "김동식 작가 편: 글로 쓰는 즐거움"

출처: 인문360도.kr

콘서트 오늘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는 웹사이트를 홍보하기에 유용한 방식이었고, 많은 관객의 공감을 얻었지만, 좀 더 일상적이고 관객이 주체가 되는 '생활인문' 콘텐츠로서 적절한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다. <골목콘서트>는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였다. 누구나 콘서트의 기획자나 출연자가 되고, 실제로 살고 있는 동네의 의미 있는 공간에서 이웃들과 만난다. 음악도 좋고, 시도 좋고, 고민 이야기도 좋다. 올해 처음으로 공모하여 7건을 선정한 여름, 가을시즌 골목콘서트에 총 152건의 지원서를 접수하며, '주민이 주체'가 되는 '이웃 간 소통'의 자리가 얼마나 아쉬운지를 체감하였다.

인문정신문화로 일컫는 '생활인문'이 기존의 문사철(文史哲)을 벗어나 새로운 인문의 상(象)을 제시하는 데 문화예술은 매우 유용한 자원이다. 반대로, 인문은 '삶과 연계된 지점'으로서 예술을 여는 열쇠와 같다. 예술위원회는 인문360° 사업을 계기로 다양성, 창의성, 일상성, 소통 등 예술에 내재한 인문적 가치를 발굴·확장하여 '사람' 중심 문화정책에 한 뼘 더 다가서려 한다.

올 하반기부터 인문360°의 경기도 관련 콘텐츠(주로 탐구생활, 인문유랑, 인문지도)를 경기문화재단의 지역문화아카이브 지지씨(https://ggc.ggcf.kr)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앞으로 인문360°는 지역이나 관련 분야 채널들과도 연계할 계획이다. 모든 콘텐츠나 활동, 더 나아가 정책에서 '사람의 무늬(인문)'를 인식하고 그 가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때, 인문360°는 그 역할을 다하였다 할 수 있다. 인문360°가 건네는 내면의 성찰과 타인과의 소통 의지는 우리 삶에도 의미가 있다. 나와 타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타인의 길을 좇기보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우리의 삶은 좀 더 풍요로울 수 있을 것이다.

메인이미지 출처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