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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1

길 위의 인문학 성과와 확산방안

글: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 길 위의 인문학의 배경과 추진과정

인문학의 위기는 이른바 "문송합니다"라는 말로 요약되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학문으로서 인문학의 위기와는 상반되게 전 세계적으로 삶의 성찰, 창의인재 양성 등을 위하여 인문학의 가치가 확산되고 있다. 인문학의 가치는 4차 산업혁명시대로 진입하면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과 기능보다는 창의성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가치는 "애플이 아이패드 같은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항상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로 요약된다. 사람들은 혁신적인 애플의 제품을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가 엔지니어가 아니라는 것에 더욱 열광하여 인문학의 가치에 매료되었다.

사실 인문학 프로그램은 이미 오래 전부터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대학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문교양학부를 신설하거나 필수 이수과목으로 인문학 과목을 포함하기도 하였다. '길 위의 인문학'은 원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시행하던 프로그램이었다. 저명한 강사를 초빙하여 관련된 책자를 읽고 소감을 적어 홈페이지에 신청하면, 참여자를 선정하고 강연과 함께 연계된 탐방을 통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이었으며, 참여율과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2013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이 국정과제로 설정되자, 교육부 및 문화체육관광부 등에서는 인문정신문화 진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사업을 개발하였는데,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사업을 기반으로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전국적인 사업으로 확대한 것이다. 2013년 하반기에는 추경예산으로 시범적으로 추진되었으며, 2014년도부터는 본예산에 편성하여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과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으로 나누어 추진되고 있다. 「박물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교과와 연계하여 박물관 전시관람 및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사업으로 사립박물관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으로 한국도서관협회가 담당하여 전국의 도서관에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초기에는 공공도서관만이 참여대상이었으나, 2016년도부터는 작은 도서관, 대학도서관 등에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시행된 2013년의 예산은 약 19억 원이었으나, 2018년에는 약 57억 원으로 약 3배가 증가하였으며, 2019년 예산(안)도 2018년 예산과 유사한 수준으로 편성되었다.

이미지 출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홈페이지

6년 동안「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누적 참여인원은 약 54만 명에 달한다. 초기에는 주로 인문학 관련 주제의 강연과 탐방 프로그램(기본형)이 의무적이었으나, 2015년도에는 이를 대상별로 세분화하고, 2016년도에는 강연과 탐방(체험)형과 대상특화형 그리고 두 유형을 혼합한 혼합형으로 진행되었다. 2017년에는 자유기획형, 자유학기제 연계형, 함께 읽기(함께 읽기 경우 고전인문학당에서 변형), 함께 쓰기로 변화하였고, 2018년도에는 자유학기제 연계형만 자유학년제로 변하여 형태를 유지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참여자들이 강연과 탐방의 소극적 참여에서 글쓰기 등 적극적 참여(토론/글쓰기)로, 단기 프로그램에서 장기 프로그램으로1), 개인적 참여에서 함께 읽기 및 함께 쓰기 등 공동체 프로그램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4~2018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유형 변화
연도 2014 2015 2016 2017 2018
기본 프로그램 기본형 기본형 강연과 탐방(체험)형 자유기획형 자유기획형
  연계형 (자유학기제 연계형) 자유학기제 연계형 자유학년제
대상특화형 대상특화형    
  (고전인문학당) 함께 읽기 함께 읽기
  함께 쓰기 함께 쓰기
혼합형    
특별 프로그램 새터민의 '홀로 서기와 함께 살기'를 위한 인문학 산책 봄꽃 축제 인문학 콘서트 탐방(체험)형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지역 인문학
나에게 열정이란!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선비정신이 깃든 서원·향교를 찾아서
도서관주간 프로그램 도서관주간 프로그램 자유학기제 연계형 찾아가는 길 위의 인문학 청년 인문학
유쾌한 인문학 유쾌한 인문학 고전인문학당 도서관이 찾아가는 방방곡곡 인문콘서트
옛길 걷기 인문학 옛길 걷기 인문학 옛길 걷기 인문학 옛길 걷기 인문학 포럼

2.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성과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성과는 3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사업의 취지와 목표를 달성했는가의 관점이다. 사업의 1차적인 목적은 지역도서관을 인문학 대중화의 거점으로 발전시키며, 책과 현장, 사람이 만나는 독서문화의 장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의 목적은 상당히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기준으로 공공도서관의 약 40%가 사업에 참여하였고, 2018년도까지 순계 640개관(중복 참여 제외)이 참여하면서 도서관을 책과 연계한 지역인문학의 거점으로 인식시키는데 기여하였다.

둘째, 참여자들의 만족도와 프로그램의 효과의 관점이다. 단일한 기관에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전국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으로서 편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자 전수 설문조사를 통한 만족도는 약 90% 내외에 달할 만큼 높은 만족도를 나타내고 있으며, 요소만족도보다는 전반적 만족도가 높고, 추후 참여의향이나 추천의향도 지속적으로 80점대 후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삶의 성찰, 공동체성, 도서관 이용활성화 등에 대한 효과성에서도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사전 기대치에 비해 사후의 만족도/효과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모든 측면에서 성과가 있다는 것이 조사결과 나타나고 있다.

셋째, 사회적 성과에 관한 사항으로 인문학의 진흥이라는 확산 목표는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성과만은 아니지만, 사업의 성과와 인식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고, 방송 등에서도 인문학 프로그램이 증가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인문학의 가치와 프로그램이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3.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확산방안2)

1) 지역 및 삶과 밀접한 주제의 확산

이미지 출처: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홈페이지

도서관은 문화시설 중에서 생활권역에 가장 밀접하게 배치된 네트워크이다. 책을 중심으로 한 도서관을 거점으로 "우리 동네 도서관에서 인문학을 만나다"라는 슬로건으로 지역주민들의 인문학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고, 인문학의 대중화·일상화를 추진하는 것은 정책 수단의 측면에서 효율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다른 전달체계도 검토하여 보았지만, 도서관을 대체할 만한 네트워크 및 거점을 발견하지 못하였다. 지역사회에 밀접하다 보니 인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고, 개인과 지역사회에서 당면한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며 주요 사회적 의제에 대한 인문적 담론을 촉진하고 지역사회 인문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사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의 사업 초기에는 프로그램 주제의 대부분이 지역사회의 삶과 밀접하지 않은 주제였다. 2014년에는 소위 "문·사·철"로 불리는 문학, 역사, 철학 등의 거시적인 주제가 64.8%에 달하였다. 그러나 2016년도에는 그 비중이 30.3%, 2017년도에는 32.4%, 2018년도에는 36.2%로 축소되고,3) 대신 예술, 자연/환경, 과학/미래, 융합 등 다양한 주제로 확대되고 있다. 역사 주제의 경우에도 정도전 등 지역의 주제와 관련성이 낮은 주제에서 "피난수도 부산"의 이해, "해녀의 역사와 항일운동" 등 지역과 밀접한 주제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제는 당시의 사회적 이슈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고, 창의적이고 지역사회에 밀접한 주제 개발이 미흡한 실정이다. 예를 들어 도시재생, 4차 산업혁명이 이슈가 되자, 2018년도에는 이와 관련된 주제가 급증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주제는 길 위의 인문학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주제이지만, 실제 프로그램의 내용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융합과 미래에 대한 통찰보다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이슈인 지역소멸, 청년(취업과 창업), 문화·예술 창작, 소비문화, 사회참여 등에 대한 주제는 여전히 미흡하다. 또한 인문학적 성찰을 주제로 내세웠지만, 실제 진행내용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식문화를 주제로 설정한 경우, 식문화 자체, 지역별 차이 자체에 대한 내용 이외에 식문화 및 재료에 담긴 역사, 그 지역의 삶과 현재의 영향 등에 대한 고찰을 통하여 사회와 사람, 삶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한다.

2) 지역사회 공동체 형성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지역 인문 활동가와 협력하여 지역사회 현안과제를 발굴하고 지역의 인문콘텐츠를 중심으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제고하여 지역의 공동체성을 증진하려는 목적도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지역에 밀접한 주제개발과 함께 프로그램 기획과 추진과정에서 주체적인 참여가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소극적인 참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도서관의 사서가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이 이루어지다 보니 프로그램 종료 이후에 지속성을 위한 매개와 구심점이 없게 된다. 도서관 사서와 함께 지역사회 주민이나 문화활동가가 협력하여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사후 활동으로 연계할 필요가 있다.

3) 책 읽기와 독서문화의 확산

도서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을 하는 취지와 장점 중의 하나는 단순한 강연이 아니라 책을 매개로 한다는 것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주제 도서를 읽고 소감을 올려야 했다. 「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은 기본적으로 책 읽기를 강조하며, 함께 읽기 등 별도의 읽기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도 하였다. 또한 프로그램 종료 후 독서 동아리, 책 읽는 문화의 확산을 강조한다. 실제 프로그램 종료 후에 참여자들은 책 읽기가 증가하였고, 자발적으로 독서동아리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이러한 지속성을 위한 성과는 길 위의 인문학의 성과 중 상대적으로 가장 미흡한 실정이다.

4) 장기적인 인문학 프로그램의 제도화

필자가 몇 년 동안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의 연구를 담당하면서, 현장에서 들었던 흔한 질문 중의 하나는 내년에도 프로그램이 지속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도서관협회→도서관을 거치는 공모사업 형태로 진행되면서 제도화 수준이 미흡하여 사전에 충분한 기획과 장기적인 기획·운영이 어려운 구조이다.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도서관의 경우에도 매년 공모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제도화를 통하여 중장기적인 기획이 가능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별 도서관에서 공모를 통하여 해당 사업기간 내에 진행되는 프로그램 이외에 전국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인 인문학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맞춤형·단계별·지역별로 참여하고, 인문학의 확산을 도모할 수 있는 제도화된 인문학 프로그램(인문학교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제도화된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화시설·단체·대학 등이 협력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수요자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수료증도 부여하는 것이다.

4. 결론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이에 근거하여 일부 시도에서 인문학 진흥조례가 제정되며, 인문도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은 문화정책 분야에서 비교적 역사가 짧은 사업이지만, 기대보다 높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사업의 성과 제고와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프로그램의 추진체계와 내용을 개선하여 왔다. 실제 현장에서 이제야 문해력을 갖추고 글쓰기 욕구를 가진 고령자들이 자서전을 쓰면서 다른 이들의 유사한 책을 읽고, 토론하고, 교육을 받으며, 서툰 솜씨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글을 쓰고, 삶을 나누고, 삶의 지혜를 바라보는 모습에서 어떤 멋진 문장을 가진 책자를 읽는 것보다 그 진정성에 감동을 받았다. 그들에게 인문학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삶 가까이에 있고, 삶 자체가 인문학이다. 장례식 때 화환이나 부조보다는 돌아가신 분의 삶이 담긴 책자를 선물하고 낭독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인문학 대중화의 지표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전 세계적인 인문학에 대한 관심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인문학이 창의성을 제고한다는 실용적인 가치에 기인한 바가 크다. 그러나 그러한 가치지향이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또는 단기간 내에 창의성이 제고되는 것은 아니다. 인문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과 지역사회에 가까이 있도록 하는 것에서 출발하여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 1) 자유기획형은 10회 이상, 함께 읽기 및 함께 쓰기형은 20회 이상의 회차로 구성되어 있다.
  • 2) 정책적인 차원에서 사업의 개선방안은 다루지 않았다.
  • 3) 2018년도에 문사철의 비중이 2017년도에 비해 확대된 것은 함께 읽기 등으로 철학 등 고전 읽기가 4.1%→8.7%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메인이미지 출처

※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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