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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문화예술정책과 '팔길이 원칙'

영국의 문화예술정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눈에 띄는 용어가 있다. 바로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이다. 이는 '정부가 지원은 하지만 간섭은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로, 정부로부터 팔 길이만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간섭을 받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원칙의 근본은 18세기 영국 사회를 지배했던 자유방임주의에 근간한 것으로, 경제활동에서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간섭을 배제하는 사상에서 시작되었다. 이러한 원칙은 20세기 초 예술과 문화 지원을 담당하는 단체들이 설립된 이후 현재까지 영국의 문화예술정책의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국가 차원의 문화예술지원 시작

영국의 문화예술정책은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을까? 이것은 소위 말하는 '고급예술'로서 일부 귀족·특권층만 누리던 예술을 국가의 개입으로 다수의 대중이 향유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진흥정책을 마련했던 시기로 거슬러간다. 1·2차 세계대전 이후에 피폐해진 국민의 삶을 향상시키고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자 귀족이 전유하던 예술을 전 국민이 누려야한다는 인식이 생겨난 때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1940년 음악예술진흥원(Council for the Encouragement of Music and the Arts, CEMA)이 설립되었고, 이것을 모태로 대영예술위원회(Arts Council of Great Britain, ACGB)가 설립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단체에 임명된 초대 위원장이 경제학자이자 현대 복지국가 경제학의 기틀을 다진 존 케인즈(John M. Keynes)라는 것이다.

이후 영국 경제가 살아난 1960년부터 예술에 대한 지원이 본격화된다. 예술부 장관(Arts Minister)이라는 직책이 생겨났으며, 1965년 최초의 예술부 장관인 제니 리(Jennie Lee)의 재임 기간 동안 최초의 문화백서가 발간되어 예술을 통한 국가의 지원 의무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정부는 문화예술을 위한 지원은 하지만, 지원금 쓰임에 대해서는 간섭하지 않고 영국예술위원회에 맡긴다는, 앞서 말한 '팔 길이 원칙'이 본격적으로 적용되었다.

영국 문화예술정책의 과거

1960년대는 영국의 문화예술정책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시기이다. 1950-60년대에는 고급 예술에 치중된, 고급예술을 대중화하는 지원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1960년 말 전 세계에서 부는 저항운동과 반전운동의 영향으로 문화 분야에도 기존의 문화엘리트주의에 대한 비판이 일기 시작했고, 이것은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들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다양해지고 관대해진 문화예술지원정책은 1979년 집권당이 노동당에서 보수당으로 교체되고 마가렛 대처(Margaret Thatcher)정부가 들어서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심각한 경제난과 높은 실업률의 위기에 처한 영국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며 복지영역에 대한 지원 축소와 국가 효율성을 강조하게 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문화예술분야에도 경제적 관점에서의 효율성이 강조되었으며, 예술이 단지 지원 대상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가진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창의력과 창조산업

1997년 기존의 '국가문화유산부(Department of National Heritage)'가 '문화미디어스포츠부(Department for Culture, Media & Sport, 이하 DCMS)'로 확대 개편되었다. 이후 문화예술분야의 통합적 지원은 정부부처인 DCMS에서 담당하고, 예술정책은 지역예술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이 중 잉글랜드예술위원회(Arts Council England, 이하 ACE)가 DCMS와 함께 영국 문화예술정책의 대표성을 가진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1997년 신노동당이 집권하면서 국가의 신 성장 동력이 '창의성'에 있음이 강조되었다. 1998년 창조산업(Creative Industry)이라는 용어가 문화부에서 최초로 사용되었고, 전통산업이 사양화의 길을 걷자 문화산업의 한계를 극복한 '창조산업육성'을 국가 정책으로 밀기 시작하였다. 1998년 'Creative Industries Mapping Document' 보고서 발간을 통해 창조산업의 개념 정의와 13가지 핵심 영역을 지정하였으며, 이를 통해 창조산업의 전략적 지원이 핵심 정책으로 부상, 문화예술의 경제적 가치와 효과를 강조하였다.

영국 문화예술정책의 현재와 미래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은 영국 경제는 침체기에 접어들었으며, 2010년 보수·자민당의 연합정부 출범은 문화예술 분야에 큰 위기를 가져오게 된다. 평균 30%에 달하는 공공분야 정부 예산 삭감과 함께, DCMS의 경우 2014-15년 총 30%의 예산삭감이 이루어졌다. 경기침체로 인해 예술기관의 운영비가 축소되고, 영화위원회(UK Film Council)와 같은 기관은 폐지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기존 정책 방향은 유지되고 있다. 더불어 영국 정부는 향후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목표와 내용을 2016년 3월 첫 공식적으로 발간한 문화백서(The Culture White Paper)를 통해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2016 문화백서 (The Culture White Paper)

1. 어느 환경에서 태어나든 모든 사람은 문화에 대한 기회를 누려야 한다.
1.1 어린이, 청소년 교육에서의 문화의 역할과 중요성

열악한 환경의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 시민 프로그램 추진

문화 교육을 위한 RSA(Royal Society for encouragement of Arts, Manufactures and Commerce)와의 협업

열악한 학생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Pupil Premium Awards 시행

1.2 재능 있는 학생들의 재능 개발을 위한 지원 확대

예술분야 전문가 육성을 위한 예술위원회와의 협업

견습생 활용 지원을 위해 예술위원회와 Historic England(DCMS 산하 기관)와 전략 수립

1.3 다양성 반영

리더십의 다양성 개선을 위한 전략 수립 및 정기적 보고 시행

인종, 소수민족, 장애인들의 문화 부문 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역할 강화

어린이·청소년들의 문화유산 교육 기회 확대

사례: In Harmony

'In Harmony' 프로그램은 영국의 가장 빈곤한 지역의 어린이들의 삶을 오케스트라 음악을 통해 개선하고자 하는 국가적 추진 사업이다. 구체적으로 이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프로그램에 근간을 둔 것으로, 어린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음악을 소개한다. 정부가 설립하고 예술위원회와 교육부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현재 런던, 리즈, 뉴캐슬, 게이츠헤드, 노팅엄, 텔포드, 스톡온트렌드 등 20개 학교의 4,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으며, 참여 학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2. 문화적 풍요로움이 지역사회에 혜택을 주어야 한다.
2.1 건강한 지역사회와 경제 성장 구축을 위한 문화 활동 촉진

UK City of Culture, the Great Exhibition of the North and the Discover England 기금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 도모

2021년 UK City of Culture 선정과 2023년 European Capital of Culture 선정

지역사회 문화 혜택을 위해 예술위원회와 문화유산복권기금(Heritage Lottery Fund)과 협업

2.2 지역 파트너십 관계 강화

새로운 문화 파트너십 개발을 위한 리더 발굴

지역사회 지원을 위해 복권 유통업자들과 지역 문화 기관과의 협업

2.3 지역사회 역사적 장소 개발 지원

새로운 Heritage Action Zones 설립

유서 깊은 건물 활용을 위한 지역사회 지속적 지원

문화 활동을 위한 유휴 공간 활용 독려

영국 교회 건물 재건을 위한 재정적 지원

2.4 테크놀로지 활용

디지털 공공 콘텐츠의 선도국이 되기 위한 보고서 작성

- 향후 십년간 전국 문화유산 기록을 개선하기 위해 Historic England와의 협업

사례 1: UK City of Culture 프로그램

UK City of Culture 프로그램은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문화를 활용하고자 하는 국가 문화 행사이다. 2008년 European Capital of Culture에서 리버풀의 성공을 시작으로 하여 매 4년마다 열리는 행사로 발전되었다. UK City of Culture로 선정된 도시는 관광객 증가, 지역사회 화합, 문화 포트폴리오 증진과 새로운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2013년 UK City of Culture로 선정된 Derry-Londonderry의 경우엔 백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했으며, 2017년 선정된 Hull의 경우엔 6천만 파운드 가치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된다. 최근 영국 정부는 Hull에 Hull New 극장 재정비 사업에 5백만 파운드, 문화유산 보존에 8백만 파운드 등 총 1,300만 파운드를 추가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사례 2: Yorkshire Artspace

'요크셔 아트스페이스'는 쉐필드 지역 4개의 건물에 160명 이상의 아티스트를 위한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아티스트에게 최상의 스튜디오와 전문적인 맞춤형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스튜디오 밖의 갤러리들도 아티스트를 지원하도록 연결해 준다.

3. 문화력은 영국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 수 있다.
3.1 글로벌 명성과 소프트파워 강화

신시장 개척을 위해 UKTI(UK Trade & Investment)와 함께 문화수출 프로그램 홍보

국제 파트너십 기회 증진을 위한 재원 조성

문화유산 부문의 국제적 교류 증진

3.2 The GREAT 캠페인을 통한 영국의 브랜드화 촉진

타 국가와 문화적 공조를 위해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과의 협업

셰익스피어의 작품과 유산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지원

2017년 인도, 대한민국, 아랍 에미리트와 문화 교류

3.3 세계 문화유산 보호

3천만 파운드 기금을 통해 문화유산 보호와 재건

1954년 헤이그 무력 충돌 시 문화재보호를 위한 협약(Hagu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Cultural Property in the Event of Armed Conflict)과 2개의 의정서 비준

전 세계 문화 개발과 보호를 위한 전문성 공유

사례: Shakespeare Lives

'Shakespeare Lives'는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과 문화, 교육, 사회에 미친 영향력을 기념하는 글로벌 프로그램이다. 영국문화원과 The GREAT Britain 캠페인은 셰익스피어의 연극, 영화 등 새로운 작품을 영국 극장, 박물관, 교육자,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을 한다. 전 세계 140국 이상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BBC, the British Film Institute, the National Theatre, the Royal Shakespeare Company, the Shakespeare 400 consortium, the Shakespeare Birthplace Trust, Shakespeare's Globe와 파트너십을 맺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4. 문화 투자, 회복 탄력성과 개선
4.1 정부의 지속적 투자

2017년부터 박물관과 갤러리에 대한 세금 감면 시행

기부금 혜택 변경 고려

세금 감면액 확대

4.2 혼합(mixed) 기금 모델 개발을 위한 지원

박물관과 갤러리 개선 기금을 위해 2백만 파운드 추가 투자

크라우드펀딩 파일럿 계획 시행

Commercial Academy of Culture 설립

펀딩 다양화를 위해 예술위원회와 문화유산복권기금과 협업

기부자 그룹의 관심 증대를 위한 노력

4.3 문화백서에 명시된 목성 달성을 위한 공공기관 지원

예술위원회와 문화유산복권기금의 맞춤식 검토 시행

박물관에 대한 검토 시행

사례: The Royal Parks

정부는 DCMS 산하 조직인 Royal Parks Agency와 파트너 자선단체인 Royal Parks Foundation을 합병하여 이전보다 훨씬 유연하고 효율적인 새 자선단체 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2016년 말에 가동될 예정이다. Royal Parks는 공원과 국가 행사 지원의 역할을 하고 있고, 35%는 국가 재정으로, 나머지 65%의 운영비는 Royal Parks Foundation이 상업적 또는 자선 경로를 통해 충당하고 있다. 합병 이후, 현재 매년 7천7백만 명 이상의 방문자들이 즐기고 있는 퀄러티를 유지할 예정이다. 이 새로운 모델은 역사적 장소, 건축물, 문화재를 포함할 것이며, 향후 수만 명의 추가 방문자들의 유입이 가능한 투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렉시트(Brexit), 그 후

2016년 6월 23일,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를 통해 영국의 EU 탈퇴가 결정되었다. 이러한 선택은 단·장기적으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영향이 있을 것임은 틀림없으나, 그 영향이 어떤 식으로 나타날지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는 상태이다.

일단 문화정책 관련자들은 영국의 EU 탈퇴는 문화예술 산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전(前) 문화미디어체육부 장관인 John Whittingdale은 창조 산업은 영국의 가장 성공적인 스토리 중 하나라고 평하며, 이러한 성공은 영국의 EU 탈퇴 후에도 변함이 없을 것이며 창조 산업은 보다 새로운 기회를 활용하여 지속적인 번영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디지털과 문화 담당 내각부 장관인 Matt Hancock 또한 지난 9월 9일 연설을 통해, 창조산업은 브렉시트 이후에 미래의 중심이 될 것이고, EU 탈퇴는 열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영국의 문화예술 분야 실무자들은 EU 탈퇴는 EU의 펀딩 기회로부터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전에 이미 예술 분야 리더들은 EU 탈퇴가 향후 예술과 문화 부분을 포함한 창조산업 전체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었다. 올해 초, Creative Industries Federation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멤버의 96%가 EU 잔류를 찬성하였고, 그 이유로 탈퇴 시 EU 펀딩 제한과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이동 제한을 꼽았다. 실례로 EU의 문화, 창조산업, 시청각 분야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Creative Europe은 2014-2020년 동안 €14.6억을 창조산업에 투자하기로 했고, 초기 2년간, 230개의 영국 문화기관과 시청각 관련 기업을 지원해왔다. 물론 탈퇴 결정 이후, 아무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는 되었으나 향후 계획은 불투명하다. 또한 영국 창조산업의 해외 거래의 56%를 차지하며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던 EU와의 결별은 중·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타격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따라서 이러한 EU 탈퇴가 현재로서는 영국의 문화예술정책 분야에 얼마나 큰 영향을 가져올지는 미지수이나, 앞으로 어떠한 변화가 올 것인지 당분간은 지켜보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참고문헌>
주요국 문화예술정책 최근 동향과 행정체계 분석연구(2016),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해외동향분석: 미래사회에 대비한 각국의 문화정책(2010), 한국문화관광연구원
The Culture White Paper(2016), Department for Culture, Media & Sport, 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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