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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광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농촌이 존재하지 않던 농촌으로의 관광

농촌관광이라는 용어조차 낯설던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필자는 대학에서의 전공이 지리학이었기에 이따금씩 학술답사를 통해 농촌을 둘러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서산의 간월도, 문경새재, 안동의 하회마을, 진안의 마이산, 경주의 양동마을 등이 지금도 기억나는 당시의 답사 지역이었다. 교통도 지금과 달리 불편했기에 학생들을 잔뜩 태운 관광버스가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어느 샌가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위태롭게 흔들리며 지나기 일쑤였다.

당시에는 딱히 농촌관광이라는 구분도 없었지만, 관광 하면 커다란 전세 관광버스를 타고 최소 수십 명이 함께 산 좋고 물 맑은 농촌지역으로 유람을 떠나는 단체관광 또는 대중관광이 주를 이루었다. 학술답사와 같은 특수 목적의 여행과 다른 것이 있다면, 출발하는 관광버스 안에서부터 시작된 음주가무가 관광지나 여행 방문지 뿐 아니라 끝내 돌아오는 버스에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관광을 통해 무엇을 보았는지,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체험을 하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 과장하자면 흔들리는 사람들, 흔들리는 관광버스가 관광의 주요 내용이자 농촌이 존재하지 않는 농촌으로의 관광이었다.

약방에는 감초, 농촌개발정책에는 농촌관광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요즘 봐서는 그냥 변하는 정도가 아니라 10년마다 세상이 개벽한다. 세상의 변화만큼 관광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유럽 선진국들의 경우 표준화된 패키지 휴가의 대량생산을 의미하는 대중관광(mass tourism)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성장하고 90년대에 이르러 시장 성숙단계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대중관광에 대한 수요가 정체 또는 감소된 반면, 대중관광에 식상해진 소비자들은 그들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새로운 내용과 형태의 관광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 농촌관광은 대안관광의 한 형태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경우 이제 농촌관광이 관광시장의 20% 정도를 점유할 정도로 일반관광부문과 경쟁하는 수준으로까지 성장하고 있으며 대규모 농장을 중심으로 민박, 체험, 생태관광, 농장캠프, 승마 등이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경우 대외적으로 농산물시장에 대한 개방 압력이 증대하는 등 농업의 국제교역환경이 악화되고, 대내적으로 농가소득 감소 및 부채 증가의 문제가 심화되던 1980년대 중반 이후부터 농가의 농외소득 증대 일환으로 농촌관광 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1984년 농촌관광휴양자원 개발사업(관광농원, 민박마을, 주말농원)을 시작으로, 1999년부터 농협의 팜스테이 사업이 추진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다양한 중앙행정기관에서 농촌관광 육성을 위한 마을 단위 정책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녹색농촌체험마을, 어촌체험마을, 정보화마을, 아름마을, 문화역사마을, 농촌전통테마마을, 산촌생태마을 등의 마을 또는 권역사업을 통해 지금까지 농촌관광사업을 추진하는 수천 개의 마을이 생겨났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체험휴양마을만 하더라도 873개소에 이른다.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 농촌개발정책은 주로 마을 또는 마을권역 단위로 추진되어 왔다. 그리고 관련 정책사업에는 일반적으로 농촌체험·휴양·관광과 관련된 사업들이 포함되어 왔다. 이로 인해 앞서 언급한 대로 전국 농촌에 수천 개의 관광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그야말로 농촌관광은 농촌개발정책에 있어 약방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촌관광의 양적 성장과 질적 향상의 도모

농촌개발정책에서 농촌관광의 중요도가 높아져온 만큼 농촌관광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해 왔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14년 도시민 농촌관광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연간 농촌관광총량(만 13세 이상 전체 도시민 기준)은 15,906,034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해 국내관광총량(문화체육관광부 「2014 국민여행 실태조사」: 만 15세 이상 국민 기준) 190,394,184일의 약 8.4%에 해당한다. 동년 국내관광 총 비용이 14,420,159백만 원으로 추정되는 바, 앞서 언급한 농촌관광총량의 비중(8.4%)을 단순 적용하면 우리 국민들이 농촌관광에 지출하는 총 비용 규모는 연간 약 1조2천억 원에 달한다.

그림 1 농촌관광총량 변화 (단위: 일)

자료: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2014년 도시민 농촌관광 실태조사」

농촌관광이 전체 관광시장의 20% 정도를 차지하며 일반관광부문과 경쟁하는 유럽 선진국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제 우리나라의 농촌관광도 양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면서 이제는 질적인 성숙을 모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2008년에는 「도시와 농어촌 간의 교류촉진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여 마을 단위 농촌관광 사업 추진의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농어촌체험휴양마을 등록제를 도입하였다. 2006년부터는 농산어촌체험관광을 실시하는 마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하기 위해 '농산어촌체험마을 보험가입 지원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2016년 현재 913개 마을이 동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농어촌체험휴양마을, 관광농원, 농어촌민박에 대해 등급제를 도입하였다. 농어촌체험관광 등급제는 경관·서비스, 체험, 숙박, 음식 등 4개 부문에 대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현장심사단이 70여개 항목을 평가한 후 등급결정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한국농어촌공사가 부분별로 1~3등급으로 구분하여 등급을 결정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농촌관광 등급제도는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실시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1954년 관련법을 통해 농가민박인 지트(Gites)에 대해 6개 관광서비스 유형별로 품질관리 규약을 제정하여 등급을 평가하고 있다. 또 영국의 경우도 농촌의 게스트하우스, B&B, 민박, 캠프장 등을 대상으로 7개 부문에 대해 심사를 거쳐 5개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농촌관광 등급제는 농촌관광을 실시하는 마을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농촌관광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관광소비자들에게 농촌관광 선택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기준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촌관광 등급평가 결과를 농촌관광 포털 사이트인 웰촌(www.welchon.com)에 게시하고 관련 홍보책자도 배포하고 있다.

그림 2 농촌관광 등급판정과 홍보

자료: 농촌관광 포털 사이트 웰촌(www.welchon.com)

마을사업에 머물고 있는 농촌관광, 산업적 관점은 부족

우리나라에서도 농촌관광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고 이제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러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간 여러 연구자나 전문가들이 농촌관광의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논의하여 왔으므로, 이 글에서는 새로운 관점으로 상대적으로 논의가 부족하였던 농촌관광의 두 가지 문제 또는 한계에 대해서만 생각해보고자 한다. 첫째는 농촌관광이 성장단계를 지나 성숙단계에 이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산업(industry)이 아닌 사업(business) 그것도 주로 마을 단위의 사업에 머물고 있는 한계이다. 둘째는 농촌관광이 여전히 농가의 농외수입을 올리기 위한, 농업에 대한 부차적인 소득활동에 그치는 농촌관광 내용의 한계이다. 두 번째 내용은 다음 부분에서 논의하고 우선 첫 번째 내용부터 살펴보자.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농촌관광객 1천만 명 달성이 2016년 농촌관광의 정량적 목표가 되고 있다. 이 목표 수치는 물론 농어촌체험휴양마을 방문객을 말한다. 2000년대 들어 정부에서 농촌관광 관련 정책을 마을 중심의 사업으로 추진한 이후 지금까지도 농촌관광 하면 마을 단위 사업을 의미하고 있다. 그러나 보통 수십 가구로 구성된 농촌의 마을에서, 그것도 마을 주민의 다수가 노인인 마을에서 농촌관광을 위해 보유하고 있는 인적, 물적 자원이 턱 없이 부족하기 마련이다. 체험프로그램이 농사체험이나 농가생활체험, 전통공예 등에 집중되고 있고, 계절에 따라 물놀이나 썰매타기, 캠핑 등이 추가되고 있을 뿐 마을마다 농촌관광의 내용이 큰 차별성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림 3 농촌관광 등급제에 따른 4개 부문 전체 1등급 마을 사례

자료: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 2013, 「농촌관광 이제는 등급 보고 고르세요」

마을 단위의 농촌관광에 상당한 한계가 있다는 점은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의 「2014 도시민 농촌관광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동 조사에 의하면 조사시점 기준으로 지난 1년 간 농촌관광 경험이 있는 사람 중 농촌관광에 전반적으로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중이 3.4%에 불과하다. 세부 항목별로는 만족한다는 응답 비중이 '자연경관'(39.0%), 도시를 벗어나 농촌에서 느끼는 '분위기'(17.7%) 항목에서 상대적으로 높았고 '체험프로그램'에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중은 14.1%에 불과하다. 다른 세부 항목의 만족도 비중은 더욱 낮다. 만족한다는 응답자 비중이 주역주민의 서비스·친절성 2.2%, 숙박시설 0.8%, 식사 및 음료 3.2%, 관광활동의 안전성 및 쾌적성 1.5%, 숙박·시설·체험 관련 가격 적절성 2.0%, 교통 편리성 0.9%, 위락시설 2.2%, 특산품·기념품 2.3%, 관광안내 및 정보 1.1%, 마을의 고유한 매력 1.9%, 마을인심 1.2% 등으로 나타났다. 농촌관광에 대한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마을 단위 농촌관광 '사업'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농촌관광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일반관광부문과 마찬가지로 숙박업, 음식료업, 운송업, 관련 소매업은 물론 여행사업, 문화산업, 레저스포츠업, 관광행정 등 전문적인 서비스 활동 등 다양한 산업 활동과 관련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한다. 이는 농촌관광 역시 '산업'의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이렇듯 관광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활동으로 구성되기에 많은 국가에서 표준산업분류 내 다양한 산업 활동들을 추려서 관광산업 특수 분류로 제시하고, 이를 이용해 관광산업의 실태를 분석하고 정책을 마련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역시 관광산업 특수 분류를 제정하고 있으며 현재 3차 개정 특수 분류를 적용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 농촌관광에 대한 접근은 여전히 마을 단위 중심이다. 마을 단위 중심으로 농촌관광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중반이란 점을 생각할 때, 세상이 개벽하고도 남을 기간 동안 농촌관광에 대한 관점이나 정책적 접근은 별로 변한 것이 없다.

산업적 관점을 적용하여 <표 1>과 같이 농촌(군과 도농복합시)에 분포하는 관광산업 종사자 현황을 분석해 보았다. 이는 UNWTO(United Nations World Tourism Organization)와 EU(Eurostat)의 관광산업 특수 분류를 참고한 후 우리나라의 관광산업 특수 분류를 필자 나름대로 수정하여 적용한 결과이다. 현황 분석 결과 2014년 기준으로 관광산업 종사자의 41.6%가 농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2006년 대비 종사자 증가율에 있어 농촌지역이 일반시나 광역·특별시에 비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난다.

표 1 지역별 관광산업 종사자 분포: 2014년 기준 (단위: 명, %)
관광산업 부문 군 지역 도농복합시 일반시 광역특별시 전국
관광소매업 606 1,920 835 3,255 6,616
관광운송업 3,260 15,795 4,665 39,259 62,979
숙박업 38,220 53,018 13,588 55,073 159,899
음식료업 115,098 411,954 208,215 597,323 1,332,590
여행업 1,573 9,308 4,108 31,133 46,122
컨벤션업 548 2,043 1,636 13,891 18,118
문화·오락 및
레저스포츠업
20,743 50,296 13,932 27,411 112,382
갬블링 및 배팅업 3,839 1,922 1,722 6,835 14,318
관광행정 375 548 51 2,511 3,485
  관광산업 계 184,262 546,804 248,752 776,691 1,756,509
  (전국 대비 비중) 10.5 31.1 14.2 44.2 -
(2006년 대비 증가율) 18.5 33.1 3.1 13.1 17.5

주: 전국사업체조사통계 2006년 및 2014년 기준자료 이용. 관광소매업에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세세분류 상의 '관광 민예품 및 선물용품 소매업'만 포함시킴

자료: 김광선 등, 2016,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융복합 전략」, 한국농촌경제연구원(현재 연구 진행 중: 2016.6-12월)

농촌은 전체산업과 비교할 때 관광산업이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종사자 수를 기준으로 입지계수(LQ: Location Quotient) 분석을 통해 본 결과 관광산업의 입지계수가 군 지역과 도농복합시에서 모두 1.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형적인 농촌이라 할 수 있는 군 지역은 관광산업의 특화도가 타 유형 지역들과 비교 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관광운송업과 여행업, 컨벤션업을 제외한 모든 하위 부문에서 특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4 지역유형별 관광산업 특화도: 2014년 기준

자료: 김광선 등, 2016, 「농촌관광 활성화를 위한 융복합 전략」, 한국농촌경제연구원(현재 연구 진행 중: 2016.6-12월)

이와 같은 통계자료 분석 결과는 관광산업이 농촌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지역 기반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또 이러한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하면 농촌관광 발전을 위해 무엇이 부족한지도 알 수 있게 해준다. 농촌관광, 이제 마을 단위 사업의 관점을 넘어 산업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농촌관광, 융복합을 통해 문화를 생산하는 창조산업으로 거듭나길 바라며

앞서의 통계자료 분석결과는 농촌관광을 바라보는 시각을 마을 단위 사업에서 산업의 관점으로 전환하기 위해 제시한 것이지 농촌관광의 현황을 적절히 제시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농촌관광에는 일반관광과는 다른 개념정의와 나름의 특성이 존재하며, 이러한 이유로 농촌에 분포하는 관광산업을 모두 농촌관광산업이라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농촌관광은 농촌에 입지하여 농촌의 환경, 경제, 역사, 문화, 입지 등의 복합적 패턴을 반영하고, 농촌성(rurality)을 체험하기 위해 행하는 관광을 의미한다. 여기서 농촌성이란 인구밀도나 토지이용과 같은 기능적 요소들에 의존하기보다는, 농촌 주민들에 의해 집합적으로 습득된 인식을 반영하고 사회-문화적 구성체들의 재현(representation)에 의존하는 지극히 문화적인 지역성을 의미한다. 또 농촌관광은 관광자원 개발방식, 관광방식, 관광 규모 등에 있어 지속가능성이 항상 고려되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앞서 언급한 대로 관광은 산업적 관점에서 다양한 산업 활동이 결합되는 산업이기에 융복합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농촌관광 역시 위와 같은 정의에 따라 농촌의 문화적 지역성을 뜻하는 농촌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업분야와, 그리고 IT나 디지털과 같은 신기술분야와의 융복합이 가능하다. 농축산업과의 융복합, 공연예술산업과의 융복합, 교육 분야와의 융복합, 전통음악부문과의 융복합, 디지털콘텐츠와의 융복합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사례가 확인되고 있는 농촌관광의 융복합 형태이다. 그리고 이러한 융복합은 앞서 제기한 마을 단위 농촌관광의 두 번째 한계 즉, 농가의 농외소득 활동에 그치는 농촌관광 내용의 한계를 해결하는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농촌관광의 융복합 사례를 몇 가지 소개한다.

첫째, 공연예술(뮤지컬)산업과의 융복합을 이룬 농촌관광의 경우가 있다. 경북 안동의 실경수상 뮤지컬 '부용지애(芙蓉之愛)'와 중국 계림지역의 실경수상 뮤지컬 '인상유삼저(印像 劉三姐)'가 그 예이다. 먼저 중국의 인상유삼저는 장예모 감독이 기획하고 연출한 실경수상 뮤지컬이다. 중국 계림지역에 오랫동안 구전되던 유삼저(유씨 집안의 셋째 딸)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로, 계림의 수려한 이강(漓江)과 주변 12개 산봉우리를 무대와 배경으로 하고 있다. 2004년 공연을 시작한 이래 거의 매일 2회씩 공연하고 있으며 4,000석에 이르는 객석이 매회 매진되고 있다. 뮤지컬 공연에 동원되는 인원이 700명에 달하고 이들 대부분이 지역에 거주하는 장족과 묘족 등의 소수민족 주민이다. 관람료가 우리 돈 4만 원 정도에 이르는 고가임을 고려하면(계림지역 주민 월평균 수입의 절반) 인상유삼저나 관련 관광이 지역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림 5 중국 계림의 실경수상 뮤지컬 인상유삼저

자료: 인상유삼저 인터넷 홈페이지(http:en.yxlsj.com)

부용지애는 안동 하회마을의 부용대와 그 앞을 흐르는 낙동강을 배경과 무대 삼아 펼쳐지는 뮤지컬로 하회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 속 이야기인 허도령과 김씨 처녀의 사랑을 스토리텔링한 작품이다. 국내 최초의 실경수상 뮤지컬로 2010년부터 공연을 시작했으며 매년 8월 첫째 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 동안 1일 1회 공연한다. 1회 관람 인원은 780명으로 관람료는 3만원이다. 공연 규모나 횟수에 있어 인상유삼저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연예술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농촌관광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는 의의가 있다.

그림 6 안동의 실경수상 뮤지컬 부용지애

자료: 부용지애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watermusical.com/)

둘째, 농축산업 및 교육부문과의 융복합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농촌관광 사례도 나타난다. 경기도 이천시 율면 월포리의 에듀팜 돼지박물관이 그 사례이다. 2011년 11월 14일에 문을 연 돼지박물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돼지박물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돼지박물관이다. 돼지박물관에는 이종영 촌장(박물관장)이 20여 년간 수집한 돼지 관련 자료 및 소장품 5천여 점을 수장 및 전시하고 있다. 이종영 촌장은 미니돼지 50여 마리를 사육하면서 이중 7마리를 직접 훈련시켜 미니돼지 공연을 진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교육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 있어 에듀팜으로서의 면모도 갖추고 있다. 개관 이후 4년 간 방문객이 22만 명에 달하고 있다. 에듀팜 돼지박물관은 축산업을 바탕으로 박물관 운영, 교육, 공연 등 다양한 분야를 농촌관광과 융복합시킨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림 7 이천시 율면의 에듀팜 돼지박물관

자료: 2012년 4월 19일 필자 촬영

이밖에 강원도 영월군의 박물관 육성도 농촌관광의 융복합 사례라 할 수 있다. 영월군은 1999년부터 박물관고을 사업을 추진하여 현재 관내에 23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박물관의 연간 유료 입장객만 하더라도 158만 명(2014년 기준)에 이를 정도로 지역관광이 활성화 되고 있다. 영월은 1980년대 후반 석탄합리화 정책과 함께 폐광지역이 되어 지역경제가 피폐화 되었지만, 박물관 운영 및 관광 활성화를 통해 지역 활성화는 물론 박물관 고을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로 변신하는데 성공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를 보면 농촌관광이 마을 단위에서 이루어지던 농사체험이나 농촌생활체험을 넘어, 다양한 산업 활동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농촌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는 창조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관광 소비자 입장에서도 대중관광 시대와는 달리 개개인의 새로운 경험과 문화 체험에 대한 파편화된 욕구가 농촌관광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소비자의 욕구 변화를 일반관광분야에서는 과거의 대중관광(mass tourism)과 대조되는 경향으로서 마이크로 관광(micro tourism)이라 부른다. 마이크로 관광 시대에는 관광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정형화된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욕구가 반영된 꿈(dream)과 상상(imagination)을 판매한다. 이러한 마이크로 관광의 경향은 향후 농촌관광에서도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여름에는 가족과 함께 또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융복합 형태의 농촌관광을 찾아 농촌을 방문해 보지 않겠는가? 농촌에서의 새로운 문화체험을 통해 여러분의 꿈과 상상의 나래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시원하게 펼쳐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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