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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 집중분석 > 걷기여행길의 현재와 미래: 제주 올레에서 코리아 둘레길까지
글: 안희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기획팀 연구원

자동차 여행에서 걷기여행으로

몇 년 전까지 '여행은 자동차'가 공식이었다. 차를 두고 걸어야 할 필요도 욕구도 없었다. 여행이 변화하고 있다. 걷기가 수단이 아닌 여행의 목적이 되고, 걷기가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 점에서 제주 올레는 걷기여행의 출발점이었고, 코리아 둘레길은 전환점이 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6월 17일 '문화관광산업 경쟁력 강화 회의'를 통해 코리아 둘레길을 세계인이 찾는 걷기여행길로 만든다는 목표를 밝혔다. '코리아 둘레길'은 DMZ 접경지역의 평화누리길과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해파랑길, 서·남해안의 해안누리길 등 한반도 둘레를 잇는 약 4,500㎞의 장거리 걷기여행길을 말한다. 이미 조성된 걷기여행길 코스를 활용하여 신규 길 조성은 최소화하고 콘텐츠의 활용과 브랜드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걷기여행의 시대', 코리아 둘레길을 대한민국 대표 콘텐츠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1)

자료 :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2016. 6. 17.)

걷기여행길 10년, 길이 만든 변화

2007년 제주 올레의 등장 이후 최근까지 걷기를 목적으로 한 새로운 여행문화가 정착하면서 국내 걷기여행길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8년 시작된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조성사업'을 통하여 지역의 역사문화, 자연생태자원을 탐방로와 연계한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해왔다. 이후 웰빙, 웰니스 등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맞물려 걷기여행은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았고 현재까지 정부부처, 지자체 등에서 조성한 걷기여행길은 전국적으로 약 600여개, 18,000㎞에 이른다.

한편 공급자 중심의 경쟁적 길 조성 사업이 추진되면서 사업의 중복 지정, 자연환경 훼손, 사후 관리 등 문제점도 제기되었다. 특히 조성 이후 지속적인 관리와 운영은 국내 길 사업이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이다. 이 때문에 최근의 정책은 신규 길 지정 및 조성을 지양하고 길의 관리·운영, 모니터링과 온라인상의 정보 제공, 연계 자원 활용 등에 집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전국에 조성된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www.koreatrails.or.kr)을 운영하고 있으며, 두루누비(Korea Mobility) 사업을 통해 통합플랫폼을 구축하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자료 : 걷기여행길 종합안내포탈(www.koreatrails.or.kr)

공급 측면에서의 증가 뿐 아니라 걷기를 즐기는 수요층도 변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 걷기여행객의 동기는 생태계와 자연환경을 접할 기회 제공(16.16%), 건강관리(15.3%), 웰빙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9.67%), 지역의 역사문화 탐방(9.02%) 등으로 나타났다.2) 걷기여행은 빠른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여행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의 걷기여행은 과거 단순 '걷기' 중심에서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는 '걷기+레저'로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 다양한 관광레저 활동의 체험이 가능한 연계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되는 이유이다. 또한 '느림'과 '힐링'을 주제로 한 관광 상품으로 관광객 수요를 충족시키고 지역의 자연, 음식, 문화 등 다양한 관광콘텐츠를 활용하여 체류형 관광, 머무는 관광을 유도해야 한다. 걷기여행은 경제적 관점 뿐 아니라 관광객과 지역민의 교류, 나눔, 공유 등 보다 종합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사진 이달의 추천 걷기여행길

사진출처 : http://koreatrails.blog.me/220763081459

사진작가 : 진우석

코리아 둘레길, 길의 가치 재발견

코리아 둘레길은 관광·레저 자원으로서 길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한국형 길 사업 모델을 고민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길을 통해 잘 보존된 자연경관을 경험하고 사람들의 삶의 공간과 지역의 유산을 경험하는 것,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요구된다.

“길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지역사회와 유산, 국토를 연결한다.”3) 이를 위한 우수하고 가치 있으며 지속가능한 트레일 관리 시스템 구축이 곧 미국 산림청(Forest Service)이 제시하는 트레일 관리의 국가적 이니셔티브이다.

지속적인 관리체계 구축과 성과지표 개발도 중요한 과제이다. 길은 조성보다 지속적인 관리·운영이 중요하다. 이를 위한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60년 이상의 역사를 보유한 영국의 내셔널 트레일은 네 가지 관리 원칙하에 국가적인 품질 기준을 마련하고 성과지표를 개발·관리하고 있다.

<내셔널 트레일의 네 가지 관리 원칙>
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내셔널 트레일을 이용하며 길을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하여 영국의 경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② 내셔널 트레일과 연계된 루트의 지속적인 관리를 통하여 경관의 개선과 자연 자원, 역사적 자산을 보존하는 데 기여한다.
③ 트레일과 주변 경관을 관리, 보존하는 데 관심을 갖는 커뮤니티를 발굴, 지속한다.
④ 트레일 이용을 통한 편익이 지역경제에 기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도록 한다.
자료 : Natural England.(2013). The New Deal : Management of National Trails in England from April 2013.

코리아 둘레길 사업이 기대되는 것은 길을 중심으로 한 관광(Trail-based Tourism)의 실현이다. 걷기여행의 강점을 활용, '지역에 머무르는 관광'으로 이어져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 걷기는 아웃도어 활동의 시작이기에 걷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연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존 하드웨어 개발 중심의 접근법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관광콘텐츠와 스토리 발굴, 지역 커뮤니티와 연계한 관광명소화, 트레일러닝 등의 체험이벤트, 관광 상품 및 프로그램 개발 등 소프트웨어 전략이 중요하다.

제주 올레의 등장이 우리나라 관광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다. 제주 올레 걷기 축제, 올레 스테이, 올레 할망 숙소, 1사 1올레 등 제주 올레에서 파생된 모델은 제주 지역 구석구석 그물망처럼 퍼져 제주 관광 지도를 바꿔놓았다. 길 사업은 정책의 주체들이 갖는 고민도 변화시킨다. 양적 관광에서 질적 관광으로의 전환, 지속가능성, 지역사회와의 공생을 고민하고 있다.

2016년 3월, 갑작스레 타계한 영국의 사회학자 John Urry는 '모빌리티(mobility)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모빌리티 사회에서 걷기는 필수적 가치이며, 걷기여행의 확장성은 무한하다. 이에 대한 체계적인 정책 지원과 사업 추진을 위한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1) 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2016.6.17.). 한국관광정책, 질적으로 전환한다
2) 문화체육관광부(2010). 도보여행 활성화에 따른 파급효과 분석
3) 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2016). National Strategy for a Sustainable Trail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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