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2
처음 > 이달의 이슈2 > 지역 정책사업 문화영향평가의 의의와 과제
글: 양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정책통계·평가실 연구위원

문화가 단순히 여가나 오락을 위한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자 지역공동체 형성 및 지역경제 활성화에 중요한 원동력이라는 인식은 점차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문화적 가치가 고려되지 않는다거나 소중한 문화적 가치가 무려 훼손·파괴되는 사례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지역개발사업을 통해 대규모 주거단지 또는 상업단지의 조성은 이루어졌으나 지역민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은 과소하게 공급되거나, 비용효율성만을 고려한 난개발로 마을길, 보호수, 담장 등 촌락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고유한 문화경관이 훼손되는 사례, 지역 고유의 역사나 유무형의 문화유산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정체성과는 무관하게 타 지역의 콘텐츠를 모방하는 지역 축제 확대 사례, 원도심 재생사업을 통한 상권 활성화 이후 기존 지역주민이 주변부로 내쫓기고 지역공동체가 분열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사례, 상업적 콘텐츠의 득세로 인해 획일적이고 일회적인 이벤트 프로그램만이 양산되거나 다양한 소수집단의 하위문화가 배척받는 사례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문화영향평가제도는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문화영향평가(Cultural Impact Assessment) 제도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긍정적 영향을 강화·확산시키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이는 구체적으로 국민의 문화권(cultural right)을 보장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는 「문화기본법」제5조 4항에 근거하며, 2014~2015년 2년에 걸친 시범평가기간을 거쳐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문화기본법」 제5조(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 ④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종 계획과 정책을 수립할 때에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이하 이 조에서 “문화영향평가”라 한다)하여 문화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도입 배경과 목적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그간 경제성장 패러다임에 근거한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인해 국민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중한 문화적 가치가 상실되거나 파괴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대한 대응으로서, 또한 문화가 단순한 여가나 오락을 위한 부수적인 영역이 아니라 국민의 풍요로운 삶을 위한 필수적 요소이자 국가·국민·지역공동체의 정체성 형성, 그리고 문화적 부가가치를 통해 더 큰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동력이라는 인식 제고에 힘입어 대두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4대 국정기조 중 하나로 내세웠던 '문화융성'을 실현하고 문화 가치를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보다 종합적·구조적·전략적 접근이 필요했다는 점 또한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음의 [그림1]에서 볼 수 있듯이 문화영향평가제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화적 권리의 침해나 문화경관의 파괴, 공동체의 상실 등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미연에 방지하고 해당 정책에 문화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정책의 문화화'를 통해 정책의 사회적 수용가능성과 효과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문화역량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림 1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목표

문화영향평가의 대상

문화영향평가의 대상은 중앙행정기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또는 시행예정인 계획 및 정책 중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 및 국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계획 및 정책(문화기본법 시행령 제2조)이다. 문화적 관점에서 국민의 삶의 질 또는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력이 큰 지자체 단체장의 주요 시책사업이나 대규모 개발사업, 법률에 따라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나 반복적으로 수립되는 중장기 계획, 도시재생사업이나 마을만들기사업, 다문화가족지원사업, 사회통합형 탈북민 지원사업 등 문화적 가치에 대한 고려의 필요성이 큰 계획이나 정책 등이 그 대상이 된다.

2016년에는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및 국민으로부터의 제안을 받아 다음의 <표 1>와 같이 15개의 대상과제가 선정되었으며 이들 정책사업 및 계획에 대해 문화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표 1 2016년 문화영향평가(개별평가) 대상과제
대상과제 소관기관 비고
제주시 원도심 도시재생사업 제주시 국토부 도시재생사업
경북 안동 재생두레를 통한 안동웅부 재창조계획 경북 안동
광주 동구 도시재생사업 광주 동구
광주 서구 오천마을 재생프로젝트 광주 서구
대구 남구 대명공연문화거리 활성화사업 대구 남구
농촌체험·휴양마을 사업 농림축산식품부  
로컬푸드 직매장 지원사업 농림축산식품부  
경기도 맞춤형 정비사업 경기도  
소통과 혁신의 경기도 신청사 건립 경기도  
인천시 배다리 근대역사문화마을 조성 인천시  
고양 삼송지구 대학생 연합 기숙사 건립 및 운영 교육부  
경기청년 협업마을 조성·운영사업 경기도 시흥시  
제주관광 질적 성장 기본계획 제주도  
문화재 돌봄 사업 문화재청  
지역문화재 활용사업 문화재청  

평가방법

문화영향평가의 평가단계는 다음의 [그림 2]와 같이 구분할 수 있다.

그림 2 문화영향평가의 평가단계

평가기관은 각각의 평가단계에서 다음의 <표 2>에 제시된 '평가지표'를 중심으로 해당 계획이나 정책이 미칠 문화적 영향을 식별·예측·평가하고 긍정적 영향은 강화·확산하되 부정적 영향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제언을 도출한다.

표 2 2016 문화영향평가 평가지표
구분 평가항목 평가지표 세부지표
공동지표
(핵심지표)
문화기본권 1. 문화향유에 미치는 영향 문화접근성
문화향유수준
2. 표현 및 참여에 미치는 영향 표현 및 참여 기회
생활문화예술 참여
문화정체성 3. 문화유산 및 문화경관에 미치는 영향 문화유산 및 문화경관의 보호
문화유산 및 문화경관의 활용
4. 공동체에 미치는 영향 사회적 자본
문화공동체
문화발전 5. 문화다양성에 미치는 영향 문화적 종 다양성
소수집단의 문화적 표현
6. 창조성에 미치는 영향 창조자본
창조기반
특성화지표
(자율지표)
개별평가기관에서 대상과제의 특성을 고려하여 자율적으로 개발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평가결과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이나 지자체에 통보되고 소관기관은 문화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한 정책개선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해당 계획이나 정책이 문화적 관점에서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보완될 수 있는 기제로 작용된다.

그림 3 문화영향평가의 추진절차

문화영향평가제도의 과제

문화영향평가제도가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경제적 효과성이 최고의 가치였던 우리의 지역개발정책은 크게 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거공간과 상업공간 조성 시에 주민들이 문화향유나 생활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 인력의 사전적 고려가 이루어질 수 있으며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및 문화경관을 고려한 지역재생으로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 주민의 긍지 확보는 물론 관광객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골목길, 공원 등 우리의 일상공간이 문화의 향기가 솔솔 풍기는 창의적 공간으로 변화하면 창조인력의 유인을 통한 원도심 공동화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외롭고 고단한 우리의 삶이 문화를 통해 보다 풍요로워지고 '나'뿐만 아니라 '우리'가 함께 공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 이것이 문화영향평가가 지향하는 바이다.

그러나 문화영향평가제도가 타 정책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지 않고 해당 정책의 가치와 효과성을 더욱 배가시키는 제도로 안착되기 위해서는 시행 초기 제도의 세팅이 중요하다. 먼저 문화영향평가제도의 취지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교육, 홍보, 포럼 개최 등 다양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며 개별평가와 종합평가 등을 통한 평가지표 및 방법에 대한 지속적 개선과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평가 참여 유도와 평가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법·제도적 개선, 중앙정부 및 지자체 공무원에 의한 자체평가의 확산을 통한 정책담당자의 문화적 감수성 개발 또한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책에 문화를 입히는 문화영향평가제도'의 도입이 문화로 행복한 지역, 문화로 융성하는 대한민국으로 가는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위로
본 웹진에 수록된 원고는 집필자 개인의 견해로,
발행처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