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이슈2 > 한국을 콘텐츠화하는 외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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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이슈2

한국을 콘텐츠화하는 외국인들

글: 박소정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박사수료
“진짜 북한식당 ‘옥류관’ 평양냉면의 맛은!?”, “엄마랑 할머니랑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리뷰!”... 최근 쏟아지고 있는 국내 유튜브 콘텐츠의 제목처럼 보이는 이것들은 모두 외국인 유튜버에 의해 작성된 것들이다. 몇 년 전부터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고 체험하는 외국인 유튜버의 콘텐츠가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을 단발성 소재나 브이로그의 일부분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한국 문화 자체를 주제로 콘텐츠를 기획하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특징을 지닌다.
가장 대표적으로 ‘영국남자 Korean Englishman’ 채널을 운영하는 영국인 조쉬(Josh)는 구독자가 약 330만 명이 넘는 유튜버로, 6년 전 런던 사람들에게 김치를 시식하게 해보는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으며 지금은 한국을 콘텐츠화하는 외국인 유튜버로서 인지도가 매우 높은 이 중 하나이다. 그가 자신의 동료 올리(Olly)와 함께 제작한 다른 채널인 ‘JOLLY’ 또한 140만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도 ‘데이브 The World of Dave’, ‘하이채드 Hi Chad’, ‘단앤조엘 Dan and Joel’, ‘봉쥬르헬로’, ‘휘트니 whitney bae’, ‘NunReacts’ 등 다양한 외국인 유튜버들이 한국을 콘텐츠화하여 활동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
출처 : YOUTUBE 하이채드 Hi Chad 채널 영상(엄마랑 할머니랑 미스터 션샤인 드라마 리뷰! 파트 1!)
무엇이 어떻게 콘텐츠화되는가?
단발성 소재나 브이로그의 일부분 정도로 한국을 다루는 유튜버들은 대개 이방인으로서 한국의 전형적인 것들을 체험한다. 경복궁이나 해운대에 간다든지, 한국 드라마 촬영지를 찾는다든지, 닭갈비나 삼겹살을 먹어본다든지. 즉, ‘한국에 오면 이런 건 해봐야 한다’라는 공식에 들어맞는 것을 체험해보는 일종의 “관광객 응시(tourist gaze)”(Urry, 1990)를 통해 한국을 콘텐츠화한다. 그러나 ‘영국남자’를 비롯하여 한국 자체를 주요하게 콘텐츠화하는 외국인 유튜버들은 외국인 관광객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렵고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너무 일상적이어서 특별하다고 여겨지지 못하는 영역을 소재로서 발굴해낸다.
이러한 소재는 형식적으로는 대체로 ‘한국의 OO을 처음 ~해본 외국인들의 반응’이라는 식의 제목을 단 리액션 영상을 통해 전달된다. 음식은 단골 소재이다. 치맥, 불닭볶음면, 식혜, 붕어빵, 호떡, 간장게장 등의 한국의 특수한 먹거리가 소개되고 이를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낯설어 하는 외국인에게 시식하게 하여 반응을 보여주는 식이다. 또는 ‘한국의 아이스크림’, ‘한국의 음료수’라는 주제 하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맛보게도 한다. 한국의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 등을 보고 감상을 공유하거나, 한강 피크닉, 배달문화, 재래시장, 한의원 등 한국의 일상적인 문화 체험을 하는 것 또한 자주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조금 독특하게는 ‘NunReacts’의 경우 한국 힙합으로 주제를 특화하여 Mnet에서 방영한 <쇼미더머니>, <고등래퍼> 등의 한국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국 힙합 공연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들 콘텐츠를 통해 소개되는 한국 문화나 문화적 산물이 지닌 특수성 및 독특성은 비교문화적인 관점 속에서 한국의 고유함, 특수성으로 변별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우수성 및 우월성을 인정받기까지 한다.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해보는 잣대로서 이른바 ‘두유노 클럽’이 있다. ‘두 유 노 김치?’, ‘두 유 노 연아킴?’, ‘두 유 노 싸이?’ 등의 질문 속에는 한국이 보유한 어떤 특수하거나 우수한 것들이 포함된다.
그 질문에는 자부심이 묻어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두유노 클럽’은 ‘국뽕’의 표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 외국인 유튜버들은 두유노 클럽과 동일 국적으로 맺어져 있지 않기에 이들이 던지는 ‘Do you know ~?’는 국뽕이라는 민망한 감정을 거치지 않으면서도 비교문화적인 틀 속에서 그럴 듯한 콘텐츠가 되어준다. 외국인 유튜버가 한국에 대해 비교적 무지한 다른 외국인 친구들에게 ‘Do you know~?’로 소개하는 것들은 ‘당신들은 모르는 한국의 신박한 아이템’으로서 자리매겨지곤 한다. 메로나를 맛본 미국인들이 마치 미래에서 온 아이스크림 같다며 극찬하거나 고구마무스를 두른 ‘리치 골드 크러스트’ 스타일의 한국 피자를 영국인 신부가 먹는 동안 ‘할렐루야’가 울려 퍼지는 영상 속에서 한국인 구독자들은 조금 낯설면서도 뜻밖에 자랑스러운 한국의 일면을 발견하게 된다.
‘영국남자’의 인기 업로드 영상들
출처 : https://www.youtube.com/user/koreanenglishman/videos?view=0&sort=p&shelf_id=2
더불어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서구와 비교하여 다소 열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한국의 것들이 소재로서 콘텐츠화되는 양상이다. 예를 들어 한국 힙합에 대한 리액션 영상을 주요한 콘텐츠로 삼는 ‘NunReacts’는 한국 힙합을 흑인도 열광하는 콘텐츠로 만든다. ‘NunReacts’의 인기 최상위권 영상에 속하는 “High School Rapper 2 ― Webster B & Chin Chilla Reaction”은 <고등래퍼2>에서 참가자 배연서와 오담률이 김영랑의 시 「북」을 소재로 한국 전통 악기 사운드를 활용하여 만든 동명의 곡의 공연 영상에 대한 리액션 영상이다. ‘NunReacts’의 제작자인 ‘Nun’은 늘 마스크를 쓰고 있어 정체성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해당 영상에는 그의 흑인 친구가 함께 패널로 등장해 열광적인 반응을 보여준다.
또 다른 예로, ‘하이 채드’의 “한국 남자연예인 처음 본 미국 친구들의 반응!” 편에서는 미국 여성들이 정우성, 조인성, 공유 등 한국 남자 배우의 사진을 보고 호감을 표하는 내용이 다루어졌다. 백인 남성에게 헤게모니가 있는 지구적 위계 속에서 아시아 남성은 여성적이거나 무성적인 존재로 재현되어 왔다(Said, 1978; 홍석경, 2005). 그러나 백인 여성이 한국 남성에게서 이성적 매력을 발견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러한 콘텐츠는 그러한 스테레오타입을 깬다.
어떤 소재가 어떤 식으로 콘텐츠화되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살펴본 이 사례들은 더 중요한 질문을 불러일으키며, 그 질문 속에서 다시 해석될 필요가 있다. 그 질문이란 콘텐츠가 어떤 특성을 지닌 이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어떤 구독층을 대상으로 하는가이다.
누가 만들고 누가 보는가?
표면적인 대답을 하자면,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은 대체로 한국 경험이 많은 서구권 유튜버들이고 그 구독층은 한국인이다. 콘텐츠의 발신자와 수신자가 지닌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이들 유튜브 콘텐츠는 특정한 의미를 생산하게 된다.
우선 지금까지 열거한 예시들을 통해서만도 알 수 있듯, 한국을 콘텐츠화하는 인기 유튜버들은 흔히 미국이나 유럽 국적의 서구 백인 남성들이 많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짐작이 가능하다. 일단 국제적인 공용어인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하기에 콘텐츠의 파급력이 높아서 인지도가 높은 것일 수도 있다. 또는 한국의 문화를 보다 이국적인 시선으로 콘텐츠화할 때 더 흥미로운 콘텐츠가 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문화권 간의 차이가 커서 교류나 수용이 어려울 때 ‘문화할인율(cultural discount rate)’이 높다고 표현한다. 한국의 문화는 일본인이나 중국인에 비해 미국인이나 프랑스인에게 더 높은 문화할인율을 지니며 이들의 시선을 통해 더 새롭고 차별화될 만한 콘텐츠로 다루어질 수 있다. 유튜브 콘텐츠에서 작동하는 주목 경제에 따라 금발 파란 눈의 백인이 불닭볶음면을 먹는 모습은 더 주목할 만한 콘텐츠가 된다.
또한 외국인 유튜버는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의 시선이나 반응을 통해 소개하거나 평하고 그것을 온라인으로 유통시키는 ‘초국적(transnational) 온라인 문화매개자’라고 간주할 수 있다. “온라인 문화매개자”(이상길, 2010)란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 문화를 번역, 변형, 생산하는 자를 가리키는 말로, 기존에 비평가, 지식인, 저널리즘을 지칭했던 문화매개자 의미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자율적인 문화매개 활동을 하는 이들이다. 온라인 문화매개자의 주요한 매개 효과는 “정당한 문화와 중간문화를 변용”시키는 한편 “하위문화와 분화된 라이프스타일 문화를 생산”(이상길, 2010, 168쪽)함으로써 문화적 질서를 뒤흔드는 데에 있는데, 초국적 온라인 문화매개자로서의 외국인 유튜버는 국적 및 문화권 사이를 매개한다는 점에서 지구적 차원의 문화적 질서를 변용시키기까지 한다.
이제는 다소 낡은 용어가 되었지만 문화제국주의는 서구권의 문화가 약소국으로 확장되는 현상을 의미했다. 그러나 싸이의 바이럴(viral) 성공 사례와 케이팝의 국제적 팬덤을 통해 증명되었듯, 온라인 미디어는 비서구권의 문화가 가시성을 얻을 수 있는 채널을 제공한다. 그리고 한국을 콘텐츠화하는 서양인 유튜버는 지구적 문화의 위계 속에서 하위문화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한국의 문화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가시화하는 초국적 온라인 문화매개자이다.
그러나 이들 콘텐츠가 지구적 차원의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콘텐츠이고 일부 유튜버들은 거의 한국어로 발화를 한다는 점에서 주요한 구독층은 자연스레 한국인이 된다. ‘영국남자’는 최근 업로드한 에피소드에서 자신들이 처음 채널을 시작한 이유는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함이었지만, 첫 2년 정도는 시청자의 85~90%가 한국인들이었고, 현재도 댓글의 70~80%는 한국어 댓글이라고 말했다. 즉, 제작자가 외국인이더라도 사실상 한국 내수용 콘텐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유튜브라는 국경 없는 플랫폼의 성격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도달할 확률이 높아지기는 하지만, 채널을 구독하고 주요한 반응을 보여주는 이들은 한국인인 것이다.
출처 : MBC every1
콘텐츠 자체의 만듦새나 유튜버의 개인적 매력을 제하고 한국인 구독자가 이 콘텐츠를 시청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정당한 국뽕’ 때문이다.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every1, 2017~)도 외국인을 출연시켜 한국 문화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체험하는 것을 보여주지만 그 제작 주체가 한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국뽕’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러나 대체로 서구권의 유튜버, 그 중에서도 가장 헤게모니적 위치를 차지하는 백인 남성이 한국 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심지어 열광할 때, 한국 문화의 우수성은 보편타당한 것처럼 그려지고 한국인 구독자는 자기성찰이나 겸양이 필요가 없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하는 흑인이 한국 힙합에 대해 가사의 의미적 우수성이 아니라 힙합으로서의 음악의 완성도나 래퍼의 기술 자체에 대해 열광하고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것을 볼 때, 아이스크림이나 피자, 햄버거 등 한국의 토착 음식이 아닌 것에 대해 그 음식의 주인 격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이 극찬을 표할 때, 한국인은 너무 잘 알고 익숙한 것에 대해서 외국인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낯설고 신기해하며 즐거워할 때, 그리고 이 모든 콘텐츠의 제작 주체가 외국인일 때 그것을 보며 한국인은 당당하게 국뽕에 취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뽕으로 그칠 것인가?
문화 유형을 분류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서, 고급 문명 및 성과로서의 예술과 제도 등을 ‘대문화(big C)’, 일상적인 행동 양식 및 가치체계 등을 ‘소문화(little C)’라고 정의하는 방식이 있다. 외국인에 의해 콘텐츠화되는 한국의 요모조모는 한국의 문화 정책에 의해 홍보되는 대문화와는 차별화되는 소문화이며, 가시화된 성과를 보여주는 한류의 이면에 존재하는 또 다른 문화적 역량이다. 자국인은 미처 조명해내지 못한 한국 문화의 면면들은 한국 문화와 이국 문화의 경계에 서있는 초국적 온라인 문화매개자들의 시선 속에서 유쾌한 방식으로 구성되어 나가는 중이다. 이로부터 한국 문화의 어떤 요소가 어떤 점 때문에 호소력을 지니는지, 문화횡단적인 힘을 만들어내는지, 지구적인 감각 속에서 향유될 가능성이 있는지가 암시된다. 그렇다면 이들의 콘텐츠를 그저 개개인이 국뽕으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진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때로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내가 알지 못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참고문헌
이상길 (2010). 문화매개자 개념의 비판적 재검토: 매스 미디어에서 온라인 미디어까지. <한국언론정보학보>, 52권, 154-176.
홍석경 (2005). 세계화와 문화산업의 새로운 정체성 논리: 헐리웃 영화의 아시아스타 수용에 대한 분석. <기호학연구>, 17권, 143-177.
Said, E. (1978). Orientalism. 역 (2015). <오리엔탈리즘>. 교보문고.
Urry, J. (1990). The Tourist Gaze. S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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