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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3월호 vol 165
집중조명
산 자의 시름 잊게 할 소풍가는 忘憂里
월간문화도시문화복지

손세호 | 매일경제신문 사회부 기자

시름을 잊는 곳, 망우리(忘憂里). 그 이름은 태조 이성계가 지금의 건원릉 자리에 자신의 능 터를 정하고 돌아오다 이곳에서 “이제 시름을 잊겠다(於斯吾憂忘矣)”고 말한 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태종 이방원이 아버지를 건원릉에 모신 뒤 한시름 놓았다고 한 데서 생겨났다는 설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망우리는 죽은 사람보다는, 산 사람의 시름을 잊게 해 준다는 데서 그 이름이 유래된 셈이다. 공동묘지가 죽은 자만을 위한 공간이기 보다는 그들을 기리는 산 자들에게도 위로가 되는 공간이어야 함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60만 평의 ‘숨은 보석’


망우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일제 시대에 ‘묘지, 화장장, 매장 및 화장취체 규칙’을 제정하면서부터이다. 특히 일제는 조선왕조의 맥을 끊고자 역대 임금의 능이 모인 동구릉 발치를 골라 망우리 공동묘지를 조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중랑구 망우1동 ‘망우리공원’. 이곳이 한때는 ‘망우리공동묘지’로 불렸던 곳이다. 이곳에는 만해 한용운, 어린이운동가인 소파 방정환, 화가 이중섭, 우두로 유명한 지석영, 동아일보 주필과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했던 장덕수, 제헌국회의원이며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 등 유명 인사가 잠들어 있다. 한계 수용 인원이 차면서 1973년부터는 추가 매장이 중단돼 있는 상태. 하지만 이곳 망우리공원에는 분묘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용미리 1·2추모공원, 벽제리, 내곡리, 승화원 등 수도권 일원의 다른 5곳 공원묘지에는 분묘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지만, 이곳에서는 산책길에서 드문드문 눈에 띄는 정도다. 한때는 4만기가 넘는 봉분이 있었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하나둘씩 묘를 옮겨가고, 화장을 해서 지금은 1만7000기만 남아 있다. 전체 묘지공원의 면적인 53만여 평이니 묘지 1기당 30평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 자체로 거대한 공원으로 기능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인접한 주변의 땅 또한 묘지 용도로 지정이 돼 개발이 제한되면서 녹지 상태로 보존돼 있어 푸르름이 가득하다. 주변 땅을 합치면 거의 60만 평에 달하는 녹지공간이다. 망우리공원이 서울의 숨은 보석으로 불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갖추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산책 코스로는 최고로 꼽을 만하다. 한껏 우거진 숲과 운치 있는 산책로,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까지……. 망우리공원에는 산 중턱을 깎아내 만든 작은 순환도로가 나 있다. 입구의 관리사무소에서 시작해 공원을 한 바퀴 도는 4.8㎞의 산책 코스이다. 십리길인 셈인데, 묘지 특유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는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다. 어디든지 울창하게 나무가 우거지고 굽이굽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한강줄기와의 숨바꼭질을 즐기는 곳. 이 길에는 ‘사색의 길’이란 이름이 붙어 있다. 봄에는 벚꽃이 활짝 피고 아름드리나무가 곧잘 눈에 띄는 잘 다듬어진 숲길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간혹 눈에 띄는 묘지들이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케 하는 까닭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동락천 약수터 등 약수터와 벤치, 정자 등의 시설도 잘 되어 있다.


휴식·레저 함께 하는 종합레저타운 개발

이곳 망우리에 나들이공원이 생긴다. 망우산으로부터 용마산, 아차산으로 이어지는 산림은 중랑구에서 광진구, 경기도 구리까지 이어지는 넓은 수림대를 형성하고 있고 망우리공원묘지에서 시작된 등산로는 아차산 워커힐호텔 뒤편까지 이어질 만큼 이 일대는 풍광이 빼어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처럼 거대한 녹지공간은 인근 주민만이 이용하는 공간으로 머물고 있다. 잠재적인 활용도를 감안할 때 거의 버려진 땅이라고 봐도 무방할 성 싶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 없이 바로 산자와 죽은 자를 유독 분리하는 우리 장례문화 토양 때문. 바로 이곳에 서울시와 중랑구가 용마산 일대의 자연공원과 망우묘지공원을 이어 휴식과 레저 체육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종합 레저타운 개발을 추진한다. 지하철 7호선 용마산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용마폭포공원 근처에 온천을 개발하고 2006년 상반기에 개원 계획인 망우묘지 근처 나들이공원과 연계시켜 망우동 하면 공동묘지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벗긴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주5일 근무제 이후 마땅한 레저 및 여가시설이 없어 강원·경기지역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막고 인근에서 쉬고 즐길 수 있는 명소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계획에서 가장 핵심으로 주목되는 것은 바로 공동묘지 바로 옆에 조성되는 나들이공원. 서울시 공원과는 중랑구 망우동 산 30-7 일대 12만 7900㎡(약 3만 8000평)의 용지에 올 6월부터 가칭 ‘나들이공원’을 개원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시는 예산을 감안해 우선 개발제한구역인데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에 의해 경작지로 난개발된 3만 2000㎡(약 1만 평)에 올 6월부터 생태습지원·가족 피크닉장·잔디마당 숲 쉼터·맨발 건강원 등의 시설을 새롭게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도입되는 시설 중 맨발 건강원은 4500㎡ 규모에 맨발로 이용하는 황톳길·대나무길·자갈길·잔디밭·세족장 등 다양한 시설을 흥미롭게 구성하여 신발을 벗고 이용하도록 함으로써 웰빙 시대를 맞아 시민에게서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서바이벌 게임장, 모험놀이시설도 들어선다. 나들이공원 조성과 함께 인근 산림지역과 연계해 녹지를 복원하고 개발제한구역의 녹지를 확충해 자연경관도 개선된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친수공간, 즉 물이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인상이 든다. 이에 대해 서울시 공원과측은 공원 내에 조그만 저수지 등 생태 공간을 만들어 복합공원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들이공원이 완성되면 망우리 공동묘지와 함께 거대한 산책 코스로도 충분히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용미리 추모공원 등 다른 묘지공원이 시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에 위치해 있지만 망우리공원은 차량으로 불과 7~8분 거리에 지하철 7호선 상봉역이 지나갈 만큼 편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활용책을 찾을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향후 서울시는 나들이공원의 완성과 더불어 인근의 버스노선을 재조정할 계획까지 고려하고 있다. 생자와 망자가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나들이공원이라는 이름 자체는 아직까지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 원래 이 공원은 가족단위 소풍을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소풍공원으로 명명되었으나 정겨운 한글이름을 권장하자는 의미에서 일단 나들이공원으로 가칭을 정했다. 하지만 향후 인터넷을 통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보다 친숙한 이름을 공모해 정식명칭을 최종결정할 방침이다.


부정적 이미지 개선에 그쳐선 안돼


어떻게 이름을 붙이든 ‘나들이공원’이라는 그 잠정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서울시는 이 지역을 가족단위, 학생의 나들이와 자연학습 등 시민을 위한 건전한 여가공간으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실 서울시가 나들이공원 조성으로 기대하는 진짜 효과는 망우리공원 이용의 활성화에 있다. 나들이공원서부터 시작해 자연스럽게 망우리 공원묘지에 대한 거부감을 없애 나가겠다는 발상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망우동 일대가 공동묘지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어 날 수 있다. 나들이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가족단위의 레저를 즐기다 보면 자주 접하게 되는 공동묘지에 대한 어두운 이미지도 차츰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이다. 하지만 필자는 나들이공원이 단순히 공동묘지의 나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산 자와 죽은 자가 공존하는 공간으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첫 걸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세계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인 맨해튼 한복판에서도 교회와 그에 딸린 묘지를 손쉽게 찾아 볼 수 있고 그 옆을 사람들은 묘지에 대한 어떠한 껄끄러운 감정도 없이 지나친다. 물론 망우리공원 일대가 시민들이 마치 월드컵공원이나 한강시민공원처럼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나들이 장소로 개발하는 일은 결코 간단한 일은 아닐 듯하다. 아무쪼록 망우리공원이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 ‘시름을 잊을 수 있는 곳(忘憂里)’으로 거듭나기를,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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