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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4월호 vol 142
해외기행
부럽고 부러운 미국 국립공원
::: 해외기행 - 부럽고 부럽다 미국 국립공원 :::

 해외기행

 

 

 

 

 

부럽고 부럽다 미국 국립공원

 

 

 

 

 

 

 

 

서재철(사진작가)

 

 

 

 

 

미국은 세계 최초의 국립공원인 요세미티를 비롯한 세계 7대 불가사이의 하나인 그랜드캐년, 옐로스톤 등 현재 국립공원이 135개나 되며, 그 외에도 여러 종류의 공원이 수없이 많다.

필자는 어느 날 미국의 국립공원이나 한번 돌아보고 오자는 제의에 아무런 생각도 없이 따라나섰다. 45일 동안 미국의 국립공원을 돌며 사진도 찍고, 시설 등을 돌아볼 계획으로 1월 8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동부지역 플로리다 젝슨빌에서 일행과 합류하여 남부부터 답사키로 한 것이 당초 계획이었다.

● 사막 위에 뻗은 국립공원들
처음 찾은 국립공원은 멕시코 국경 지역에 있는 빅 밴드 국립공원. 텍사스와 멕시코 국경지역에 위치한 빅 밴드는 사막 위에 기암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다. 빅 백드 국립공원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인 리오 그란데 강이 휘돌아 흐르는 지점으로 넓은 사막 가운데 이루어져 1944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사막이지만 도로가 사방으로 뚫려 찾아다니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캠핑장과 숙박시설 등 각종 이용시설이 잘 되어 있고 다양한 지형학적 모습을 갖추고 있다. 특히 국경을 이루는 싼타 엘레나 캐년의 암벽이 성처럼 길게 서 있고 그 사이로 리오 그란데 강이 흐른다. 빅 밴드를 중심으로 사방에는 주립공원이 있다.

빅 밴드 공원을 출발, 다시 끝도 없는 사막길을 달렸다. 사막의 산 위에는 풍력발전을 위한 거대한 풍차 수백 개가 쉴새없이 돌고 있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얼마나 달렸을까. 멀리 거대한 바위산이 아른거린다. 구와다르푸 국립공원이다. 멀지 않은 지점에 그랜드 캐년이 있어 크게 각광을 받고 있지 않지만 야생화와 야생동물들이 많은 생태체험공원이다. 겨울인데도 캠핑카를 타고 온 탐방객들이 있다. 안내원은 “미국 국립공원은 개발에 앞서 보호하는 데 원칙을 두고 있기 때문에 썩은 나무 한 그루라도 건드리지 않고 보호하는 데 우선한다”며 나무를 함부로 자르지 말라고 당부한다. 가시나무와 선인장이 우거진 사이에 캠핑장을 만들어 색다른 분위기다. 공원에는 호수와 기암들, 등반로가 있다.

● 역시 그랜드 캐년!!
다시 우리는 세계 7대 불가사이라는 그랜드 캐년을 향했다. 뉴멕시코 주 북부지역으로 들어서니 갑자기 풍요한 초원지역이 된다. 산 구비를 얼마 돌아 내려오니 눈앞에 마치 제주의 풍광 같은 모습이 펼쳐진다. 애리조나 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랜드 캐년의 전체 길이는 무려 43㎞. 우리는 1구역부터 차근차근 내려가 보기로 했다. 이곳에 몇 년을 살아야 다 돌아볼 수 있을까. 몇 시간을 돌았는데도 그냥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 다음날 새벽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랜드 캐년의 일출을 보기 위해 모였다. 계곡 사이로 서서히 해가 떠오르며 장관이 연출된다. 이 신비를 보기 위해 세계에서 이곳으로 몰려온다는 설명을 느낄 수 있다.

콜로라도 강까지는 직선으로 16㎞. 수직벽 사이로 내려가는 길이 뚫려 있고, 여러 곳에 등반로도 있다. 길이는 16㎞밖에 안되지만 지그재그로 내려가기 때문에 하루종일을 걸어가야 겨우 계곡 캠프장까지 간다. 기암절벽 사이를 돌고 돌아 내려선 콜로라도 강. 여름철이면 래프팅으로 유명한데 1년 전에 예약해야 한 번 탈 수 있단다.

그랜드 캐년에서 받은 느낌이 가시기도 전에 다시 모뉴멘트 밸리 나바호 공원을 찾았다. 한밤중에 모뉴맨트 밸리의 기암을 바라본 우린 겁에 질렸다. 넓은 벌판에 거인이 서 있는 것 같다. 다음날 아침 찾아갔더니 끝없이 뻗은 붉은 대평원 위에 치솟은 거대한 암석기둥과 절벽언덕은 낯설지 않은 풍경들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당장 역마차 뒤로 인디언들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올 것 같다. 서부영화의 심벌적인 바로 그곳이다. 지금은 자동차가 대신 뿌연 먼지를 날리고 있다.

넓은 평원은 거의가 황무지고 짙은 붉은 색의 샌드스톤으로 뒤덮여 있다. 또 이 지역은 나바호 인디언 자치구역으로 1600만 에이커에 달하는데, 남한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애리조나 주 동북부를 중심으로 유타 주 남부와 뉴메시코 주 서쪽 일부를 이루고 있다. 1400년대 나바호 인디언들의 선조인 아사바스칸 족이 캐나다 북부에서 이주해 온 것을 시작으로, 1846년 뉴멕시코가 미국으로 편입된 이후부터 미국인과 인디언간의 가장 치열한 격전지였다. 그 때의 인디언 후손들은 지금 한 모퉁이에 살고 있으며, 몇 안 되는 인디언은 자신들이 만든 기념품을 팔고 있다.

쓸모 없는 황무지일지언정 나바호 인디언들에게는 이 붉은 평원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숭고한 성지이기도 하다.

● 어디서나 친절한 공원 안내원
며칠 후면 LA에서 안젤아담스 100주년 사진전을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는 코스를 LA로 돌렸다. 미국 산악사진가 안젤아담스의 사진전을 꼭 보아야 하는 것은 다음 코스가 바로 그가 평생을 작업해온 요새미티 국립공원이기 때문이다. 이틀을 기다려 전시장으로 갔다. 전시장에는 새벽부터 안젤아담스의 사진 세계를 보기 위해 각국에서 관객들이 몰렸다.

요새미티 국립공원으로 가는 도중 죽음의 계곡이라는 데스밸리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미국 땅중에 지표면이 가장 낮아 해수면과 같은 곳으로 계곡 바닥은 소금이다. 풀 한 포기조차 살 수 없을 것 같은 삭막함이다. 거대한 분지 같은 지형을 이뤄 사막과 소금밭뿐인 것 같다. 겨울철인데도 많은 캠핑카가 몰려 있다. ‘이런 곳에 무엇이 있기에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을까’며 안내 센터에 들어서고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사막이라고 생각지도 못할 신비경을 담은 사진집이 즐비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다음날 해가 뜨기 전 모래언덕을 향했다. 마치 뱀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모래언덕에는 새벽부터 사람들이 몰려 있다. 옛날 이곳에서 소금을 캐 날랐다는 증기차와 역마차, 당시의 사람들이 살던 집, 공장들이 귀중한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데스밸리는 대부분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하나 일부가 네바다 주에 걸쳐 있는 골짜기로 길이가 220㎞로 근처에는 미국 최고봉인 휘트니 산(4418m)이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60㎜ 내외고 여름철이면 58.3도까지 올라가 ‘죽음의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각종 야생화와 여우, 다람쥐, 뿔도마뱀이 서식하고 선사 시대 동물발자국 화석이 있어 1933년 국립기념공원으로 지정됐다.

안내소 부근에 숲이 울창하여 들어가 보았더니 놀랍게도 골프장이 있다. 사막 골짜기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을 관리하여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소금 바닥은 마치 파도치듯 물결이 이는 것처럼 되어 있고 소금층 깊이가 얼마인지 모르겠다. 골짜기 너머에 있는 골드 캐년의 모습도 장관이지만 그랜드 캐년에 가려 그 빛을 못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느 하나가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다.

사막을 벗어나면서 주변으로 나무숲이 나타난다. 요새미티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다는 세코이아 킹스캐년 국립공원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등뼈라고 할 수 있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 남부에 자리잡고 있는 세코이아 킹스 캐년은 만년설로 뒤덮인 산으로 에워싸여 있어 빙하에 의해 깊게 파인 계곡과 그 주변에는 맑은 호수들, 각종 야생화로 뒤덮인 천하절경의 대공원이다. 이 공원의 진가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진 세코이아 나무들이다. 특히 제너럴 서먼트리는 그 높이가 무려 275피트, 둘레 103피트, 자름 36.5피트로 이 나무 한 그루면 방 다섯 개를 가진 목조주택 40채를 능히 지을 수 있단다.

수백 그루의 세코이아 나무로 뒤덮인 이 공원 안에는 1200종의 식물과 300여 종의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주변에는 크고 작은 종유동굴이 90개가 있으나 그중 하나만 공개하고 있다. 산림박물관에는 이 공원의 탄생 과정, 산림의 보호방법, 산불에 대한 위험성 등 나무에 관련한 것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전시해 두었다.

세계국립공원 제1호 요새미티 공원을 찾았다. 그 명성만큼이나 찾는 이들도 많다. 겨울철인데도 입구에서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다. 안젤아담스의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포인트여서인지 여러 대의 카메라가 펼쳐졌다. 요새미티의 장관을 찍기 위해 순간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안내 센터에는 최초의 요새미티를 찾았던 사람들의 모습, 개발 과정, 초기의 모습 등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미국의 국립공원들을 돌아보며 느낀 점은 바로 공원 직원들의 친절이다. 아무리 긴 시간 동안 질문을 해도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우리가 다음 갈 코스가 옐로스톤이어서 그곳 정보를 알 수 있느냐고 했더니 1시간 동안 가는 길부터 그곳의 현재 상태 등을 일일이 체크해 줄 정도였다.

요새미티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화강암절벽, 산과 폭포, 대자연의 신비가 어우러진 신비를 자아낸다. 차를 타서 돌아볼 수도 있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걸어서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안내문처럼 차가 다니는 길, 자전거가 다니는 길, 걸어서 산책하는 길이 따로 만들어졌다.

거대한 요새미티 폭포가 바람에 날린다. 또 폭포와 함께 암벽등반을 하는 산악인들의 눈길을 끄는 하프돔을 뺄 수 없다. 계곡의 동쪽 끝에 있는 거대한 기암으로 빙하의 무게와 지반이 움직이는 힘에 의해 산 모양이 돔 형태로 깍이고 북쪽면의 반이 떨어져 나간 특이한 모양을 이루고 있다.

미국 국립공원지역을 비롯한 다른 산림지역의 특이한 점은 산불이 난 후에도 불에 탄 나무들을 베지 않고 그냥 놓아두는 것. 불에 탄 나무를 그냥 둬야 식생 복원이 빨리 된다는 안내원의 설명이 이해가 된다.

●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공원을 배워야
요새미티 답사를 마치고 옐로스톤으로 가기 위해 산길을 하루종일 돌았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숲길이다. 무진장한 산림자원이 부럽다. 가까운 길을 택한 것이 눈이 막혀 또 몇 시간을 돌아야 했다. 몇 년 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솔트레트 시로 향했다.

솔트레이트에서 다시 이곳에서 하루를 가야 옐로스톤이다. 새벽에 일어나 길을 나섰으나 아이다호를 얼마 앞두고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걱정스러워 작은 마을 주유소에 들러 옐로스톤 상황을 알아봤더니 마침 공원 안내원이 이틀 전부터 눈 때문에 전면 통제됐다고 한다. 언제쯤 통제가 풀릴지 모르겠다는 말에 할 수 없이 3일 동안 달려온 길을 되돌아 가야 했다.

다음 목표는 로키마운틴 국립공원이다. 공원 입구 주변의 아기자기한 집들이 한 폭의 그림 같다. 누군가 <로키 산에 봄이 오면>이란 노래를 중얼거린다. 봄이 오는지 계곡 얼음장이 녹는 듯하다. 공원 입구에서 사륜구동이 아니면 길이 얼어서 더 이상 가기가 힘들 것이란다. 다시 이곳도……. 실망이다. 무리를 하여 목표 지점에 가려고 했지만 힘들 것이란다.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이어지는 북미대륙의 등뼈로 서부와 동부를 가르는 분수령을 못 올라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계획했던 미국의 국립공원을 다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10여 곳을 돌아본 셈이다. 이제 남은 플로리다 남부지역 국립공원을 답사하기 위해 발길을 남쪽으로 돌린다. 가는 길에 켄터키 주에 있는 링컨기념공원과 <켄터키 옛집> 노래로 유명한 켄터키 공원을 돌아본 후, 동부 해안을 따라 플로리다 마이애미 일대 국립공원과 미국의 최남단 공원지역인 키 웨스트 섬을 돌아보는 것으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이번 미국의 국립공원을 돌면서 한국의 국립공원을 생각해 보았다. 물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점이 있겠으나 관리나 시설면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 듯 싶다. 미국의 국립공원은 자연을 거스리지 않는 시설, 보호를 위한 지정, 공원 내의 상행위 문제, 친절한 안내 등은 분명 우리가 배워야 할 점임은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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